11일은 대한안과학회가 정한 '눈의 날'. 홍보대사로 위촉된 탤런트 유인촌씨가 영동세브란스병원 안과를 찾았다. 눈병이 유행하거나 시력교정을 받을 때만 안과를 가는 것은 옛날 얘기다. 중년 이후엔 정기검진이 필수다. 유씨를 맞은 성공제 교수는 "2번째 실명원인인 녹내장 환자가 전체 인구의 2%인 10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70만명은 치료를 외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며 "눈 건강은 노년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40대부터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성공제 교수 : "눈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까?"
유인촌씨 : "노안이 와서 휴대폰 문자판이 안 보이기 시작하니까 짜증스러워요. 책을 읽을 땐 돋보기를 쓰는데 1시간 넘게 읽으면 눈이 좀 아프구요."
성 교수 : "안경이 잘 안 맞는다는 얘긴데…, 어디서 맞추셨나요?"
유씨 : (웃으며)"그냥 사서 꼈는데요."
성 교수 : "그건 안 되죠. 돗수가 잘 맞아야 피곤하거나 눈이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혹시 촬영을 위해 안약을 쓰시나요?"
유씨 : "안 씁니다."
성 교수 : "안약은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눈을 맑게 한다는 미용안약엔 혈관수축성분과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데 이를 오래 썼다가 녹내장이 생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시력검사부터 해 보죠."
시력표를 통해 본 유씨의 시력은 0.8, 0.9 정도로 괜찮은 편. 돗수측정이 이어진다.
성 교수 : "원래 약간의 원시가 있었던 것 같네요. 젊어선 문제가 안 되는데 노안이 오면 더 피곤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 검진에 필수적인 안압검사가 이루어졌다. 눈동자에 바람이 한번 부는 것으로 간단히 끝난다.
성 교수 : "안압이 정상범위(10∼21㎜Hg)입니다. 녹내장 원인의 80%는 안압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오거나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오르면 시신경이 손상되고 결국 시야가 좁아지면서 점점 안 보이는 거죠."
다음 순서는 빛을 비추어 눈 속을 보는 세극등검사. 녹내장, 백내장, 시신경 이상의 조짐이 있는지 살펴보는 검사다.
성 교수 : "큰 이상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저 사진촬영을 해봅시다. 이것이 눈 뒤쪽의 시신경입니다. 정상은 노랗게 보이는 부위가 30% 정도인데 이것이 커질수록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집니다. 시신경 섬유는 120만개 안팎인데 자연적으로도 매년 5,000개씩 죽지요. 전체의 절반 이상 손상되면 검사에서 확인이 됩니다. 시신경은 뇌신경과 같아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조기 발견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유씨 : "실명할지 모른다고 겁을 잔뜩 주셨는데 검사는 간단하군요."
성 교수 :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검사비도 저렴합니다. 특별한 이상이 있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지만 안압검사와 안저 사진촬영만 해도 숨어있는 녹내장 환자의 3분의2는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씨 : "저는 이제 녹내장에 대해선 안심해도 되는 건가요?"
성 교수 :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녹내장은 노화로 인한 질병이니까요. 그저 매년 한번씩 건강검진 받을 때 안과 검진도 빼놓지 마십시오. 통증을 느끼거나 잘 안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유씨 : "제 나이가 바로 관리를 시작할 때군요. 혹 눈에 좋은 음식이나 관리법이 있나요?"
성 교수 : "권한다면 비타민입니다. 그러나 노화를 막는 특별한 관리법이 있을 수는 없죠. 다만 녹내장이 일단 발견된 뒤엔 레스토랑이나 극장 같은 깜깜한 곳에 들어가는 걸 피해야 합니다. 일부 녹내장은 이 때 발작적으로 안압이 올라갑니다."
유씨 : "무대에 서야 하는 배우로선 큰 일이네요."
성 교수 : "그러니까 검진을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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