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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의료체계 비효율 해결비책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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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의료체계 비효율 해결비책 없을까

입력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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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를 내지 않는 영국 국영의료서비스가 첫 출발한 1948년, 영국의 보건부 장관 베번은 "아픈 사람들의 복지를 그 어떤 일보다 먼저 고려하는, 전세계에서 가장 문명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 뿌듯한 자랑거리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에 의해 맹비난을 받고 있다.지난달 25일 영국 여행중 부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리콴유 전 총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가 있는 왕립런던병원에 응급치료를 요청했다. 병원은 차로 10분거리였지만 앰뷸런스는 45분만에 도착했고, 도착한 병원에선 다음날 오전 8시 접수를 한 뒤 CT촬영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흥분한 리콴유 전 총리가 런던 주재 싱가포르 대사관을 통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실에 항의한 뒤인 새벽 3시30분에야 CT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는 며칠 뒤 움직이면 위험하다는 병원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아내를 맡길 수 없다"며 부인을 싱가포르로 옮겼다.

리콴유 전 총리는 "아내가 싱가포르에 있었다면 30분내 CT촬영을 하고 1시간30분 정도면 정확한 병명과 함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며 "영국엔 환자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급할 때도 줄을 서야 하는 불편만이 있을 뿐"이라고 쓴 말을 내뱉었다.

이 독설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의료제도 역시 보험제도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둘러싼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정말 보험이 필요한 큰 병에 대해선 환자부담이 여전히 크고, 전문의 지망생들은 속칭 '비보험 과'로 몰리고 있으며, 수차례 보험료를 인상해도 건강보험 재정은 늘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분분하게 얘기된다. 돈이 없어도 아픈 것만은 걱정할 필요없게끔 의료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의료인력 수급의 효율성을 위해 진료과목별 의료수가를 재조정해야 한다, 사보험을 도입해야 한다, 등등.

하지만 의료당국은 여기저기 눈치보느라 무엇 하나 제대로 정책을 내놓지 않아 의사든 환자든 늘 불만에 차 있다. 의료서비스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면서도 의료상품의 다양성을 추구하는게 그렇게 어려운가. "차라리 돈을 내고 좋은 의사에게 빨리 치료를 받겠다"는 사람을 경원시할 것만은 아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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