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등을 둘러싸고 사생결단식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서 정치개혁이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치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스스로를 개혁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창당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한나라당은 실현성 여부와 관계없이 5대 개혁안을 제시했다. 민주당도 정치개혁을 가지고 국민심판을 받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이유야 어디에 있건 정치권이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논의가 법제화 등을 통해 실현돼야 하고, 실천을 전제로 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선자금 수사로 인한 곤경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거나, 내년 총선의 표를 의식한 정치선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치권은 대선이 끝난 올 봄에도 지구당 폐지, 상향식 공천 제도화, 크로스 보팅 활성화, 원내정당화, 중앙당 슬림화 등 백가쟁명식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았으나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쏟아져 나오는 최근의 정치개혁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심지어는 총선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토록 한 국회법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선거구를 현행대로 소선거구로 할지, 아니면 중·대선거구로 바꿀지 등의 기초적인 문제부터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정치개혁특위가 가동 중이고, 시민단체 등도 다양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이 진정한 의지만 가졌다면 지금은 정치개혁을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내년 4월 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올 정기국회는 정치개혁을 입법화 할 수 있는 마지막 국회가 된다. 이번 기회도 놓치면 정치개혁 논의에 귀 기울일 국민이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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