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름다운 희생 정신은 전 세계 태권도인과 한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9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읍 화랑관(진천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분향소. 태권도 경기 도중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이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에서 장기를 기증한 필리핀인 크롬웰 에르난데스(27·사진)씨를 추모하는 국내외 태권도 지도자와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에르난데스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달 29일. 진천군이 개최한 '2003 세계태권도 화랑문화 축제'에 참가, 겨루기 부문 플라이급에 출전한 그는 상대방의 앞 돌려차기를 맞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비보를 듣고 입국한 그의 아버지와 형, 누나 등 가족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말에 가족회의 끝에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태권도 교사를 하고 있는 그의 형(29)은 "태권도와 한국을 사랑했던 동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10년 전 태권도에 입문한 에르난데스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열중, 공인 2단의 실력을 쌓아 필리핀 대표팀에 발탁됐다. 태권도 교사가 꿈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지도자 과정을 연수 중이었고, 내년 상반기 중 교사 발령이 날 예정이었다.
진천군은 이국 땅에서 숭고한 희생 정신을 보여준 에르난데스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에르난데스 상'을 제정해 내년 대회부터 시상하기로 했다. 또 '에르난데스 장학금'을 조성해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화랑문화축제 신운철(45) 기획팀장은 "에르난데스씨는 '희생과 봉사'라는 태권도의 참 정신을 몸소 실천한 진정한 태권도인"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씨 가족들은 10일 진천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올린 뒤 시신을 화장해 필리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진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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