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 지음·양억관 옮김 북폴리오 발행·8,000원
다시 좀비들이다. 재일동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35)의 장편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는 그의 첫 작품집 '레벌루션 No.3'에 나왔던 '더 좀비스'의 활약이 펼쳐진다.
"내 또래 재일 한국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국적도, 민족도 아닌 연애"라고 주장하는 작가답게, 소설은 빠르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마흔 일곱 살 월급쟁이 아빠는 예쁜 외동딸이 폭행을 당하고도 용기가 없어 무력할 뿐이다. 실망하고 외면하는 딸로 인해 마음이 아픈 아빠는 '죽을 각오로' 식칼을 들고 딸을 때린 남자애를 찾아갔다.
황당하게도, 잘못 알고 간 학교에서 '레벌루션 No.3'의 그 좀비들을 만난다. '평균학력이 뇌사 수준인' 삼류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웃사이더들이지만, 정의로 똘똘 뭉친 열혈남아들이다. '후줄근한 아빠 전사 거듭나기' 훈련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정의감도 정의감이지만, 실은 딸이 다니는 유명한 여고의 축제에 가고 싶은 마음이라는 좀비들의 특훈 동기는 유쾌하다. 일본 사회의 전형적 부속품인 샐러리맨 아빠가 생기 넘치는 삶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은 바로 인생 낙오자처럼 보이는 좀비들을 통해서다. 일본과 한국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국적자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작가지만, 일본 주류 사회에 대한 비웃음과 소외된 소수(그 자신이 속하기도 한)의 저력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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