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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병논의, 주권국가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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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병논의, 주권국가답게

입력
200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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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4월 총선 뒤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하기로 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명분과 실리를 고심한 끝에 당장 다급한 이해를 좇아 그렇게 마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정략적이고 궁색한 결정을 여론을 떠보려는 애드벌룬으로 띄웠다면 속 보이는 짓이다. 보수 언론이 이런 보도로 파병을 재촉하는 것은 한층 우습다.정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해명을 되풀이할 것이다. 대통령이 나도 모른다고 했듯이, 미국과 최종 합의하기 전에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의 중대한 명분과 이해가 걸린 해외파병을 정략적 이해를 따라 결정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듣는 이가 부끄럽다.

미국은 6일 이라크 점령군 재배치 계획을 공개했다. 우방이 참여하는 다국적군을 늘려 자체 부담을 줄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무리하지만 부담을 계속 안고 가되 전체병력을 줄이는 것이다. 대신 아직 취약하지만 미군이 조련하고 있는 이라크 치안군과 경찰을 조기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치안 안보가 다급한 현실에서 나온 방책이지만, 미국이 전쟁 직후부터 요르단 등 인접국에서 이라크 치안군 수만명을 훈련시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우방의 병력지원은 점령통치의 명분을 높이고 실제 이라크를 평정하는 데도 도움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초강대국의 권위를 양보할 뜻은 전혀 없다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레 파병 요청을 거절하면 나라의 장래가 결딴나고, 거기에 호응하면 살판날 것처럼 떠든 것은 모두 착각이다. 국익 계산은 빈틈없이 하되, 나라 안팎 여론과 국가의 체모는 언제나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라크 파병 문제를 주권국가답게 주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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