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 지음·남문희 옮김 시공사 발행·9,800원
능청맞은 유머와 번뜩이는 재치로 독자를 사로잡은 마크 트웨인(1835∼1910)이 펴낸 다섯편의 여행기 중 마지막 작품이다. 60세가 되던 1895년에 그는 아내와 딸과 더불어 증기선을 타고 뉴욕을 떠났다. 1년 여 동안 하와이 호주 뉴질랜드 스리랑카 인도 아프리카 영국에 이르며 그가 보고 들은 체험은 팔딱거리는 언어로 살아났다.
그의 여행기는 단순히 이국적 풍물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다. 주변사람이나 현지인들과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한편의 우화나 동화처럼 엮어낸다. 원시세계의 낭만과 모험을 동경하고 즐겨 쓴 그는 이 여행기에서도 호주와 남태평양에 오랫동안 눈길을 두었다. 그는 호주의 원주민이 멸종의 길에 들어선 게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원주민 청년이 다른 부족들과 싸우다가 가슴에 창이 박힌 채 넉 달 동안이나 견딘 일, 무릎 아래가 절단된 사람이 상처부위를 불로 지지고 150㎞를 걸어가 치료를 받고 돌아간 일 등을 통해 그들의 또 다른 면모를 들려준다.
또한 인도에서 목격한 조로아스터교의 조장(鳥葬) 의식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본다. 독수리에게 시체를 쪼아 먹게 하고, 남는 뼈는 우물 안에 던져 넣는 방식은 위생적이면서 계급차별이 없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800여명의 부인들이 먼저 죽은 남편을 따라 불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인도의 잔인한 풍습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채굴 등에 얽힌 이야기도 특유의 재담을 섞어 풀어놓는다. 당초 자신이 운영하던 출판사가 파산하자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그는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독자를 만난다. 역시 세계 문학사에서도 손꼽히는 재담꾼답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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