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이라도 열어 광화문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5일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팔겠다"며 1인시위를 벌인 80년대 대표적인 민중화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임옥상(53·사진)씨는 "정부의 반문화적인 행태가 한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임씨가 "정부청사를 팔겠다"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내걸고 1인시위에 나선 것은 정부가 행정수도 건설 및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광화문일대를 매각하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였다.
문화연대 등 9개 시민단체를 독려해 '광화문 권역 민간매각저지 공동대책위'를 결성한 임씨는 이슈를 시민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광화문을 팔겠다"는 반어적 구호를 선택했다.
임씨는 "정부가 현재 수도권 과밀화와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취지로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한 뒤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 법안'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11일 국회에 상정하려 한다"며 "이 법안이 통과돼 정부청사가 민간에 매각된다면 광화문일대는 시민을 위한 광장 대신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고밀도의 상업적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 사회가 민주적이지 못한 이유가 의사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임씨는 "광화문은 우리 고유의 마당 문화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 곳에 마천루가 들어선다면 후손들로부터 '문화적 미개인'으로 조롱받을 것"고 강조했다.
임씨의 1인 시위에 이어 6일 시인 고은씨 등 문화예술계 대표 81명도 광화문 일대 민간 매각 반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씨는 10일 이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공동대책위 발족식을 가진 뒤 앞으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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