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일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여 사실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추가 금품수수 사실을 동시에 공표한 것은 야당이 제기한 '기획수사설'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선자금 수사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여진다.검찰은 "정 의원 스스로 제기한 '200억원 모금설', 같은 당 이상수 의원의 추가 불법모금 의혹 등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특히 정 의원에 대해선 "SK와 무관한 별도 단서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정 의원은 굿모닝시티 게이트 수사로 궁지에 몰렸던 지난 7월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은 돼지저금통 모금을 제외하고 200억원 정도"라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의원이 "돼지저금통 80억원을 포함, 전체 모금액이 140∼150억원"이라고 반박하자 발언을 철회하긴 했지만 이후 모금액에 대한 이 의원의 설명은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또 정 의원은 "200억원 중 10억원 정도는 내가 이 의원에게 토스해 준 돈"이라고 했는데 이 의원은 이후 검찰에서 "임직원 명의로 편법 처리된 SK후원금 10억원은 정 의원의 소개로 받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의원은 10억원 외에 또 다른 불법자금 수수에도 관여했다는 것이고 이는 "편법 처리된 10억원을 빼고 문제되는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이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검찰은 두 의원이 정당과 기업을 잇는 창구 역할을 하며 공식후원금 외에 별도의 불법자금 지원을 매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금유용 등 개인비리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정은 한나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돈웅 의원은 "기업체 20∼30곳에 전화를 걸어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에도 정 의원과 같은 여러 개의 '창구'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액수는 크게 차이가 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최도술 300억원 수수설'의 관련자로 지목한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최씨에게 돈을 준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 당선 이후 "활동비로 쓰라"며 건넸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지만 과연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돈을 줬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김씨와 나머지 4개 회사가 준 돈이 1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도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국제종합토건을 운영하는 김씨가 관급공사 수주를 청탁하며 거액을 건넸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고 보면 돈의 대가성과 청탁실현 여부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한편, 검찰은 관련 기업 처리에 대해 '입건유예 검토'라는 당근을 꺼내보이면서도 "먼저 고해성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해 기업의 '자기고백'이 없을 경우 채찍이 가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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