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을 앞두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가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5일 득점왕 후보 4인방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올시즌 하루(6경기) 최다인 23골이 터졌지만 정작 운동장을 찾은 팬들은 6개 구장에 총 1만9,020명에 불과했다. 경기당 9,448명의 관중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팬들이 프로축구를 멀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먼저 성남의 조기 우승 확정 이후 관중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플레이오프 없이 정규리그만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K리그는 3라운드 중반 이후 성남이 독주하며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유럽처럼 1부 리그 하위팀이 2부 리그로 탈락하는 시스템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는 특정팀의 독주가 팬들을 유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악재도 많았다. 지난달 26일 전북과 수원의 경기가 열린 익산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서포터스들이 선수대기실을 급습하는 난동이 발생했고, 급기야 프로축구연맹이 형사고발을 논하기에 이르렀다. 98프랑스월드컵이후 축구문화를 선도해 온 서포터스 활동이 최근 순수성을 떠나 경계선을 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며칠 전에는 프로축구 원년 멤버 부천SK가 팀을 매각하겠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서울연고지 구단을 창단, 내년부터 프로축구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에 부풀었던 축구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비보였다. 물론 한일월드컵 4강 신화 후유증 탓인지 올들어 청소년(18세이하), 유니버시아드, 여자월드컵, 코엘류 사단의 오만전 참패 등 잇단 대표팀의 부진이 팬들의 신명을 빼앗아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축구의 자양분인 프로축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팬들의 성원 밖에 없다는 점이다. 흥미가 반감된 K리그, 좌초 위기에 몰린 코엘류호를 향해 질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을 향해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수 있는 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위기 때마다 잘 헤쳐 나왔다.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사단이 부진한 와중에 분위기도 뜨지 않아 걱정했지만 결국 '붉은 열풍'을 앞세운 국민적 성원으로 4강 신화를 이뤄낸 바 있다. 더 이상 선수들만의 리그가 되기 전에 다시 한번 운동장을 찾아 박수를 보내 보자.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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