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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안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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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안시현

입력
200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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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별이다. 하늘에 떠 빛을 발해 모든 사람이 바라본다. 만인의 소유이자 마음껏 자유롭게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다. 대중의 인기가 쏟아지는 유명인사를 스타라고 부르는 이유를 여기에 대입하면 그럴 듯하게 통한다. 대중이 스타에 열광하면서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찾는 만큼이나 스타가 이들과 그 사회에 주는 기여도 크다. 시대마다 스타는 늘 다른 모습과 개성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스타는 시대의 표상이다. 참신한 새 스타의 등장은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청량제이다.■ 우리 사회가 오랜만에 새 스타를 한 사람 더 갖게 됐다. 그는 골퍼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열린 미 LPGA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태어난 안시현이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고 한다면 본인에게 미안한 말이겠지만, 무명에서 일약 세계적 골퍼로 튀어 올랐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하다. 그러나 골프대회의 우승만으로 그가 스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19세의 어린 나이와 신세대 감각을 대변하는 듯한 외모, 발랄하고 거리낌이 없는 성품 등이 밝은 즐거움을 주는 그의 스타성이다.

■ 안시현에게 붙는 수식어들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끼, 깡, 생기발랄, 배짱, 솔직함 등이 그를 묘사하는 표현들이다. 팬을 거느릴 만한 엔터테인적 요소들이 다분하다. 골프스타로 박세리를 뺄 수 없다. 워터 해저드에서 맨발로 날린 샷으로 IMF 경제난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안시현과 박세리는 꽤나 다르다. 안시현에게는 정신력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 밤중에 공동묘지를 찾아 연습을 했던 식의 '박세리적' 이미지만 보이는 게 아니다. 부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골프를 포기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하루 2,000개씩 공을 때리던 집념과 강인함도 있지만, 골프를 안 했다면 연예인을 했을 것이라고 탁 터 놓는 데선 180도 반전이다. 산타페를 몰고 시속 200km의 질주를 취미로 하는 스피드광이라는데, "과속단속카메라 위치를 다 알고 거기서만 속도를 줄인다"는 익살에서 '킥킥'거리지 않을 수 없다.

■ 대선자금 비리의 추한 싸움을 벌이는 정치판에 비하면 안시현의 등장을 읽는 즐거움은 신선했다. 끝간데 없이 어지러운 정치, 먹고 살기에 신음하는 국민, 전망이 어려운 나라장래 등의 이 난국이야말로 정말 스타를 필요로 하는 데도, 이 스타는 어딜 봐도 없다. 스스로 나오지 않을 모양이니 어디 키울만한 사람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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