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정말 큰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마지막 대회인 2003 골든힐컵 SBS최강전이 열린 5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 9번홀 그린.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로 떠오른 딸 안시현(19·코오롱)의 첫날 경기를 지켜보던 안원균(45·사진)씨는 딸이 부진한 성적으로 전반 나인홀을 마치자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후유증으로 링거까지 맞고 코스에 나온 딸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아버지로서 고달픈 선수생활을 제대로 뒷바라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더 컸다.
안씨는 "갖고있던 공장 건물이 화재로 잿더미로 변해 더 이상 골프수업을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해도 '기어이 하겠다'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며 "그 이후 친구에게 맡겨둔 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딸을 선뜻 떠맡아준 지인이자 '은인'인 정해심 프로(현재 안시현의 캐디)에 대해 안씨는 "어려울 때 손을 잡아준 친구인데 아직도 보답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라도 시현이가 미국에 진출해 성공하더라도 끝까지 스승으로 모시도록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딸이 첫날부터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제주에도 부담만 줄 것 같아 차마 가지 못했다는 안씨는 "생전 연락이 없던 사람들까지 축하 전화를 하는 것을 보니 시현이가 대단한 일을 하기는 한 것 같다"며 "하루 빨리 사업을 정상화해 최소한 부담이라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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