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마다 점수가 너무 안 나와 앞으로 어떻게 입시지도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별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끝낸 7일 서울 시내 한 일선 교사의 푸념이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 수능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표본채점 결과를 내놓았으나 각 고교에서는 '점수 폭락사태'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점수가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입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가 고난이도 문제의 다수 출제로 재수생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가채점 결과에 당혹스러운 교실
이날 오전 서울 배화여고 3학년 교실은 가채점에서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황한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시험결과에 실망한 학생들의 결석으로 교실의 절반이 텅 비어버린 경우도 있었고, 가채점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채 귀가하는 학생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서울 가락고도 중·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가채점을 해 본 결과, 자연계 중상위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10∼15점 내외가 떨어진 반면, 인문계 전체 평균은 3∼4점 오른 것으로 나왔다. 인문계는 수리영역이 쉽게 출제돼 총점 점수가 상승했으나 자연계는 언어영역과 과학탐구영역이 하락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경북 포철고 입시담당 교사도 "언어영역과 과탐영역이 특히 어렵게 나와 상위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5∼10점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의고사에서 340점대를 유지했던 자연계 김모(18)양은 "시험 당일에는 평소 모의고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채점해보니 무려 15∼20점이나 낮아졌다"며 울먹였다. 서울 인창고 조모(18)군도 "특히 상위권에서 점수가 떨어진 경우가 많아 수시모집을 노리거나 재수를 하겠다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지난해보다 점수가 올랐다는 상반된 가채점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재수생 강세 현상 여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학생 약세, 재수생 강세 현상이 반복돼 희비가 엇갈렸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재수생의 경우 상위권에서 350∼360점을 받은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며 "재수생 전체로 보면 10∼15점 정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고 탁기태 교사는 "수리·외국어영역에는 상위권 수험생간에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 언어·과탐영역에는 최상위권 학생들도 어렵게 느낀 문제들도 많이 출제돼 재학생들의 점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학지도 혼선 우려
일선 고교들은 명문대 입시나 수시모집 등 진학지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화여고 이철희 진학부장은 "과탐영역을 망친 이과 학생들이 문과로 교차지원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예년보다 진학지도가 까다로울 전망"이라며 "성적이 떨어진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계열별 점수에서 유리한 대학들을 골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학지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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