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부녀 포크듀엣이 탄생했다.1970년에 결성돼 지금까지 33년 간 활동해온 최장수 혼성 포크듀엣 '라나에로스포'(개구리와 두꺼비라는 뜻). 결성 당시 오리지널 멤버는 한민(본명 박윤기)과 은희였다. 대표곡 '사랑해'는 지금도 각종 모임에서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묶는 국민가요로 사랑 받고 있다. 그동안 라나에로스포를 거쳐간 여성 파트너는 은희 최안순 오정선 강인원 등 12명이나 된다. 리더는 변함없이 한민인데, 그가 새로운 여성 파트너를 맞이했다. 자신의 딸 박윤정씨다.
30여년 간 여성 파트너가 계속 바뀌면서 한민은 남자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세간의 입방아도 감수해야 했다. "남들은 여복이 많다고 부러워했지만 저는 파트너 교체 때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사실 그의 소망은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 한민을 딸 윤정씨가 곁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다 큰 용기를 냈다.
윤정씨는 단국대 기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한 국악도 출신. 대학시절에는 중앙국악관현악단, 지금은 강동구립 예술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빠의 마지막 파트너가 되어 은퇴까지 지켜드리고 싶어요. 아빠와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아빠가 파트너언니들과 노래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고 처음에는 겁도 났다"고 고백한다. 평소 자상하던 아버지가 연습할 때는 너무 엄하게 대해 속도 상했다. "엄마를 붙잡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윤정씨는 포크음악이 자신의 끼를 내뿜을 수 있는 파워풀한 음악은 아니지만, 전공인 국악과 접목시키기에 딱 좋은 대상이어서 기타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딸아이가 내 마지막 파트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딸이라고 생각하니 안쓰럽고 기분이 묘해 심적 갈등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말 파트너로 느껴져요."
사실 이들 부녀가 함께 처음 무대에 선 것은 지난해다. 이후 주로 불우이웃돕기행사 공연무대에 올랐다. 그럼에도 한민이 윤정씨를 매스컴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딸의 국악활동에 혹시라도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서, 내년에는 전국투어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크록 그룹 '영&라나에로스포'도 30년 만에 다시 결성했다.
"윤정이를 데리고 돈과 관련된 밤무대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불우한 이웃들을 음악으로 돕는 일에 주력할 겁니다." "3년 정도 더 하고 은퇴할 생각"이라는 한민의 남은 소망은 윤정이가 좋은 두꺼비(남자파트너)를 만나 라나에로스포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저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 생각이에요.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힘들어지겠지만 좋은 파트너를 만나 새로운 이미지의 라나에로스포 듀엣을 만들고 싶어요."
이들 부녀 듀엣을 중심으로 30년 만에 부활한 5인조 '영&라나에로스포'는 8일 오후 6시 양평구민회관에서 시각장애인가수 이용복과 함께 나서는 불우이웃돕기 공연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다.
/글·사진 최규성기자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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