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고의 미인형은 어떤 모습일까. '동북아의 동그스름한 얼굴' '인도의 풍만한 체형' '유럽의 뚜렷한 이목구비' 등 각 인종과 문화권마다 수 천 년 간 제각각 형성돼 온 나름의 미의 기준이 하나로 통일될 수 있을까.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는 위성TV, 인터넷 등 세계적인 미디어의 발달과 성형 기술의 보편화를 등에 업고 이제 바야흐로 지구촌을 관통하는 미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했다.뉴스위크에 따르면 이 같은 미의 융합 현상은 동양과 서양에서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TV, 영화, 인터넷을 통해 낯선 얼굴에 친숙해진 현대인들이 자신에게 모자란 매력을 다른 문화권의 미인에게서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성형수술의 눈부신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부유층의 특권처럼 여겨졌던 각종 성형수술이 이제 중산층은 물론, 독신여성까지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싸졌다. 기술도 일취월장해 굳이 칼을 대지 않아도 피부, 주름살, 치아 등에 눈에 띄는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 보편화와 함께 세계 성형수술 시장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로 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 아래 특히 성형수술이 붐을 이루는 아시아권은 새로운 성형수술의 메카다. 지난 수 년 간 줄잡아 수 백 만 건의 성형수술이 시술됐을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에서는 당국이 급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규제안을 마련했다. 한국은 성형외과 의사만 1,200명에 달해 인구 당 성형외과의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평범한 이웃 여성이 평소 동경하던 얼굴이나 체형을 성공적으로 '장착'하면서 미는 이미 '타고 태어나 어쩔 수 없는 것'에서 '노력해 쟁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로부터 인도에서 미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풍만한 몸매를 가진 모델 프레티 싱(24)은 최근 수년간 미인대회에서 세 차례 거푸 고배를 마신 뒤 더 이상 자신의 몸매가 매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동갑내기 중국모델 하오 룰루는 5만 달러를 들여 전신에 걸친 14번의 성형수술 덕분에 소속사인 '에버케어'의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뉴스위크는 환경의 변화가 미의 기준을 판단하는 인간의 뇌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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