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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 사람냄새나는 장금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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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 사람냄새나는 장금이길…

입력
200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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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장금’이 45%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SBS ‘올인’이 기록한 올해 드라마 최고 시청률 47.7%(최종회)를 깨는 것은 시간 문제일 듯하다.‘대장금’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얻는 이유로는 초반 아역배우의 열연과 타이틀 롤 이영애 효과, 진귀한 궁중음식 이야기 등이 두루 꼽힌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병훈 PD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장금은 거의 매회 궁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을 만큼 큰 곤경에 빠진다. 시청자들은 과연 장금이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지 가슴 졸이며 다음 회를 기다리고, 장금은 어김없이, 그것도 매우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사건의 연속, 그리고 극적인 반전. 전작 ‘허준’ ‘상도’에서도 되풀이된 이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병훈 사극’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만한데, ‘대장금’에 이르서는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임금님 밤참을 쏟아 궁에서 쫓겨날 뻔하고, 금계를 잃어버린 금영을 돕다가 내금위에 붙들려가고, 어선 경연에서는 진가루(밀가루)를 잃어버려 시험에 탈락한다. 뿐만 아니다. 어머니가 퇴선간에 숨겨놓은 음식발기를 찾다가 모함에 빠져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고, 그 위기를 넘기자 이번에는 미각을 잃는다. 또 비법만을 탐하다 스승이자 어머니 같은 한상궁의 눈밖에 나 내쳐진다.

위기의 반복이 식상하기도 하지만, 장금의 ‘맥가이버’식 해결 과정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더 이상 가슴 졸이지 않는다. 장금이 어떻게든 난관을 극복할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옮아간 시청자의 관심을 충족하려면 장금이 겪는 고초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더욱 더 극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도록 하는 길 뿐이다.

초반 눈길을 잡아 끈 ‘묘책’이 이제는 큰 ‘짐’이 되어버린 셈이다. 더구나 20부 이후 의녀로서의 삶을 그리는 본론에 접어들면, ‘허준’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비슷한 이야기라도 강도를 높이는 ‘속편의 법칙’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하사극이면서도 곁가지 이야기가 거의 없고, 주변 인물들이 모두 장금의 천재성 혹은 불굴의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단선적 이야기 구조는 이런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

궁중암투를 벗어나 민초들의 삶에 주목해 사극의 새 지평을 연 이병훈 PD. 이제는 그의 작품에서 영웅담이 아닌, 보다 풍부한 ‘사람 이야기’를 보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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