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될성부른 힙합그룹 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될성부른 힙합그룹 둘

입력
2003.11.06 00:00
0 0

힙합이 어두운 클럽에서 뛰어 나와 오버그라운드 음악계에 발을 내민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허니패밀리 출신인 길과 개리로 구성된 리쌍의 2집, YG패밀리 출신의 마스터 우, 마스터플랜 소속의 데프콘 4집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한 켠에서는 마니아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CB Mass가 해체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힙합계에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이 등장했다.

줏대있는 유쾌함 스토니 스컹크(Stony Skunk)

스토니 스컹크가 전하는 에피소드 하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감독은 멤버들에게 연미복을 입고 나비 넥타이를 맨 채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라 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런 것 입고 광대 놀음 하느니 차라리 음반 안 내겠다”고 소리치며 자리를 떴다. 결국 감독은 손을 들고 말았다.

수 많은 가수 지망생들은 오늘도 데뷔 음반 내려 안달이라는데 도리어 큰소리라니. 5년 가까이 홍대 앞 클럽에서 활동하며 기대되는 힙합 뮤지션으로 손꼽히던 스토니 스컹크의 두 멤버 스컬(23ㆍ본명 조성진)과 소래눈보이(18ㆍ본명 김병훈)는 말한다. “돈과 인기에 연연하는 그 순간 오버그라운드에서 음악 안 합니다. 차라리 막노동을 하죠.” 젊은 이들은 단단한 소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그룹 이름도 돌처럼 단단하고(Stony) 독특한 냄새(Skunk)를 지닌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다.

건강한 내면을 ‘레게 힙합’이라는 독특한 음악으로 표현한다. 음악은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자메이카의 전설적인 레게 가수 밥 말리를 우상으로 삼는 레게 마니아 스컬과 힙합 소년 소래눈보이가 만들어 낸 합작품. 60년대 레게음악 위에 주절거림을 더빙하면서 본격적인 랩이 시작됐다는 점을 돌이켜 볼 때 이상한 일도 아니다.

타이틀 곡은 ‘베스트셀러’. “많이 팔고 싶다는 소망도 물론 있지만, 홍보를 통한 ‘매스컴 셀러’가 아닌 진정한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다는 거죠.” 여성 보컬의 멜로디와 랩이 적당히 섞인 요즘 유행하는 힙합과 달리 보컬을 따로 쓰지 않은 것으로도 이들의 줏대를 알 수 있다.

이들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곡은 ‘국적은 대한민국’. “자메이카도 한 번 안 갔다 오고 미국에서 생활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레게를 하고 힙합을 하느냐구요? 비록 외국 곡이지만 한국인의 목소리로 우리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이죠.”

꾸밈없는 진지함 에픽 하이(Epik High)

에픽하이는 랩이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음반은 한 권의 시집과 같다. 에픽하이의 노래는 솔직하고 또 듣는 이를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겉 멋 든 강남 젊은이들이 세상에 대한 아니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폄하되던 힙합음악에 이들은 진지함을 담았다.

“랩 잘한다, 음악 좋다, 또는 TV에 나와서 잘 논다는 평가는 별로 반갑지 않아요. 우리 노래를 듣고 ‘가슴 깊숙이 감동 받았다’는 얘기 듣고 싶죠.” 에픽하이라는 그룹명도 “시에 만취된 상태”라는 뜻의 ‘Epic High’에서 나온 말이다.

타블로(23ㆍ본명 이선웅) 미쓰라 진(20ㆍ본명 최진) 투컷츠(22ㆍ본명 김정식)로 구성된 에픽하이는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들. CB Mass의 개코와 최자가 음반 작업에 깊숙하게 참여한 데서 볼 수 있듯이 CB Mass의 적자라 할 정통 힙합 그룹이다. 하지만 녹음을 진행하던 중 기획사의 문제로 작업을 중단한 채 1년 반을 보낸 후에야 새로운 제작자를 만나 드디어 음반을 내게 됐다.

이들의 음악은 솔직하다. 노래 속에는 “고생 고생해서 미국유학까지 보내 놓았더니 음악 하겠다고 부모님 속 많이 썩였다”는 타블로(미 스탠퍼드대 영문과 출신)는 자신을 ‘가문의 왕따’ 혹은 ‘운명의 삑사리’(‘go’ 중)라 말하고 소녀답지 않은 몸매에 값진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여자 연예인을 ‘사장님의 장난감’(‘그녀가 불쌍해’ 중)이라 비꼰다. 80년대에 대한 향수를 담은 타이틀곡 ‘I Remember’는 그나마 점잖고 또 따뜻한 느낌.

“음악은 사람 영혼의 지도”라는 멤버들의 생각에 따라 음반 타이틀은 ‘Map Of The Human Soul’이다. 하지만 도구가 꼭 음악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블로는 소설을 쓰는 예비 작가이고 미쓰라는 동화책을 내는 것이 꿈이다. “노래든 소설이든 동화책이든 사람 영혼의 곳곳을 지도하고 힘든 이에게 신경안정제 같은 의미가 되고 싶다”는 게 목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