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1세대 작가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故) 유영국(劉永國·1916∼2002·사진) 화백의 1주기전이 5일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했다.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사장 윤명로)과 갤러리현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고인의 마지막 작품인 1999년 작 'WORK' 등 미공개작 10점을 포함한 41점의 작품과 작가의 삶을 보여주는 영상자료 등이 전시된다. 특히 고인의 딸인 공예가 유리지 서울대 미대 교수가 다시 만든 추상 부조 작품과, 고인이 생존 시 재제작한 초기 추상 부조 작품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고인은 '산(山)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기하학적 추상 구도에 바탕해 강렬한 색채 대비로 표현한 '산' 시리즈는 유 화백 그림의 뿌리이자 열매이다. "내가 대상으로 한 것은 자연이었고, 그것을 탐구해온 형태는 비구상을 바탕으로 한 추상이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 대상물로서의 자연이 아니고 선이나 면, 색채 그리고 그런 선과 면과 색채로 구성된 비구상적 형태로서의 자연이다." 이 말처럼 그의 산은 전면적 추상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 고향의 산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자연에 바탕을 둔 추상이었다. 자연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기보다 자연이 간직한 어떤 근원적 풍경을 포착하려 한 작가다. 특히 1주기전에는 1941∼2년 무렵 그가 찍은 사진작품들도 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소형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해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을 찍은 이 사진들은 대상 그 자체만을 의도적으로 시각화했을 뿐 군더더기가 없다. 배경도 생략하고 피사체만을 표출했다. 그의 추상회화를 닮았다. 작품에서 보이는 엄격하고 정제된 표현, 강렬하고도 감각적인 정서의 공존이 이미 여기서 보인다.
유 화백은 1916년 울진 출생으로 일본 도쿄문화학원 서양화과에서 수학하고 해방후 김환기 장욱진 등과 국내 최초로 추상미술 그룹인 '신사실파'를 결성해 활동했다. 서울대, 홍익대에서 5년여 제자들을 가르친 것 외에는 작업의 외길을 걸은 꼿꼿한 성품의 작가였다. 전시는 23일까지. 문의 (02)734―6111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