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발전상을 보면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1979년 3월 800여명의 공대 입학생을 받아 개교한 안산캠퍼스는 현재 7개 단과대학, 18개 학부에 8,90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인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학문분야평가에서 안산캠퍼스는 77개 평가 대학중 2001년 디자인 분야가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토목공학 분야가 4위를 차지해 올해로 개교 64주년을 맞는 '공학명문' 서울캠퍼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천혜의 입지조건을 이용한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성장 비결은 우수한 입지조건과 그 조건을 십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다. 안산캠퍼스는 지하철로 서울 도심에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학생들의 통학이 용이할 뿐 아니라, 인근에 시화·반월 산업단지, 수원의 반도체 단지 등 국내 주요산업 단지가 밀접해 공대에 강한 한양대의 특성을 살리기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지니고 있다.
학교측은 이 같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제어계측공학, 금속재료공학, 교통공학, 광고홍보, 산업디자인 등 관련 학과들을 집중육성 하고 있다. 또,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집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학연산(學硏産) 클러스터' 구축을 학교 특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총 10억 6,000만원의 재정지원을 받아놓은 상태. 실제로 지난 5월 학교 부지 3만평에 경기테크노파크가 들어선 데 이어 지난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캠퍼스 내에 연구센터를 열었다. 9월 착공한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시험원과 내년 착공 예정인 한국전기연구원, 퓨전전기기술응용연구센터까지 들어서면 명실상부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자리잡게 된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은 안산캠퍼스의 또 다른 자랑거리. 시험기간마다 자리를 잡기위해 중앙도서관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안산캠퍼스에서는 볼 수 없다. 중앙도서관인 학술정보관 및 각 단과대 도서관에는 총 2,300여석의 열람석이 마련돼 있다. 학생 3명당 1개의 열람석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넉넉한 열람석 외에도 안산캠퍼스 학술정보관에는 총 35만여 권의 도서와 마이크로필름, CD롬 등 보조자료 9만5,000여 점이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학업에 필요한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서울 등 타지역 학생들이 많은 안산캠퍼스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은 바로 기숙사. 남학생 기숙사 '한맥관'과 여학생들을 위한 '한올관', 그리고 지난해 개관한 학생생활관 등 3개 동의 기숙사는 총 1,7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기숙사 내부에는 대중목욕탕, 빨래방, 탁구장, 오락실, 음악감상실, 세미나실 등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어 학생들의 '객지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젊은 대학, 젊은 교수진, 새로운 학문
전체 교수진의 70%에 달하는 30, 40대 젊은 교수들은 한양대 안산캠퍼스의 또 다른 힘. 한양대는 최근 수년간 180여명의 신임교수를 초빙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안산캠퍼스에서 연구와 강의를 펼치고 있다. 서울과 안산캠퍼스의 한양대 교수진은 지난해 세계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총 807편의 논문을 실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과 함께 세계 300위권 안에 드는 성과를 올렸다.
안산캠퍼스는 젊은 대학답게 교통시스템공학과 등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학문 분야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1988년 설립된 교통시스템공학과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교통전문가 양성을 위해 도로교통 뿐 아니라 철도, 항공 교통 시스템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다. 교통운영실험실, 교통정보실험실, 교통조사분석실, 도로공학실험실 등 첨단 실습실을 갖추고 있는 교통시스템공학과는 BK21 핵심분야인 '국가종합교통시스템 평가모형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고, 1999년에는 첨단도로연구센터가 도로분야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돼 과학기술부로부터 16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 교통시스템공학과 졸업 후에는 교통관련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해운, 항공 및 도로, 토목 관련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 신방과 4학년 곽애선씨
"한양하세요. '한대속으로'의 곽애선입니다."
지하철 4호선 한대앞 역에서 안산캠퍼스 정문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는 학생들은 언제나 이 같은 오프닝 멘트로 시작되는 DJ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곽애선(25·여)씨. 안산캠퍼스 동아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곽씨는 총여학생회장인 경영학과 4학년 이민경(22)씨와 함께 지난 3월부터 라디오 방송용 테이프를 만들어 학교 셔틀버스에서 틀어주고 있다. 테마가 있는 음악, 추억속의 안산, 한대속으로 등 3개의 코너와 학생들이 동아리연합회 게시판에 남긴 사연, 생일축하 메시지 등으로 구성된 셔틀버스 방송은 등하교 시간 셔틀버스 이용 학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학교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곽씨와 이씨는 매주 하루 3시간씩 1시간 분량의 방송을 녹음해 테이프를 복사한 후 16대의 셔틀버스에 제공하고 있다.
곽씨는 "처음에는 동아리연합회 회원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제작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계속하게 됐다"면서 "군대 간 남자친구와의 300일을 축하해달라며 사연을 보낸 여학생이 몇 주 후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다시 사연을 보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10분 동안 곽씨의 목소리를 듣는 게 학교생활의 큰 즐거움"이라는 경영학과 4학년 고강민(26)씨는 "내가 아는 친구들의 사연이 비록 셔틀버스 방송이지만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것이 반갑고 재미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임덕호 교무처장
"이공계 기피, 우리 학교에는 없습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무처장 임덕호(林德鎬·50·사진)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고교생들의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부족한 자연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인력마저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국가적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예외"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임 처장이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최근 안산캠퍼스가 추진하고 있는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이 완료되면 연구, 창업, 취업에 있어 안산캠퍼스 졸업생들에게 엄청난 메리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몇몇 관련 학과는 올해 수시모집 결과 2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임 차장의 호언장담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올해부터 이와 관련 120명의 학생들에게 1억2,500만원의 장학금을 추가로 지급했고, 2005년까지 관련 전공 대학원생에게 100%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입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정시모집은 모집단위에 따라 분할모집을 실시해 총 1,423명을 선발한다. 각 군별로 모두 지원이 가능하며 100% 인터넷으로 접수 받는다. 학부지원은 수능응시계열과 동일한 계열에 한하여 지원가능하며, 지원학과 계열별로 수능반영영역을 지정하여 반영할 계획이다. 인문·자연 계열과 예체능 계열은 각각 수능 60%와 학교생활기록부 40%로 '가' 군에서, 공대 기계·정보경영공학부는 수능 100%로 '나' 군에서, 공대와 과학기술대가 수능지정영역(수리, 과학탐구 영역) 우수자를 '다'군에서 선발한다.
-수능과 학생부 반영영역은 어떻게 나뉘는가.
"수능은 인문·예체능의 경우 언어·수리·사회탐구·외국어영역, 자연계열은 수리·과학탐구·외국어영역을 변환표준점수 기준으로 반영한다. 학생부의 경우 인문·예체능 계열은 국어·사회·영어 교과, 자연계열은 수학·과학·영어 교과를 지정하여 반영하며 교과성적 80%, 출석 10%, 봉사활동 10%로 성적을 산출할 예정이다."
-안산캠퍼스가 바라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인가.
"내신과 수능성적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그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다. 물론 전공에 맞는 자질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전공 적성검사를 통해 정원의 3배수까지 선발한 후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어떤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는 지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안산 캠퍼스는 학연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실용교육과 사회진출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우수한 환경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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