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국구 의원의 전원 교체' 등 전날 밝힌 '5대 정치개혁방안'을 밀어붙이겠다고 재확인했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특검과 함께 정치개혁으로 돌파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물쭈물 자르고 맞추는 식으로 이 엄혹한 상황을 대처할 수 없다"고도 했다.최 대표가 선택한 정치개혁은 대외용임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리더십 강화를 위한 노림수이다. '전국구 의원 교체'와 '지구당 폐지'라는 대목에선 더욱 확연하다.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자신의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최 대표는 전날 이를 측근 그룹인 비상대책위를 통해 검토시킨 뒤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라는 공개석상을 통해 전격적으로 던지는 수순을 밟았다. 사전논의에 부칠 경우 예상되는 반발을 감안한 듯 하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만만찮은 파문이 감지된다. 당장 중진의원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라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한 중진의원은 "결국은 중진의 목을 죄겠다는 소리가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 지구당을 폐지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올 것이고 선거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발의 파장은 아직 미동의 수준이다. 자칫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가는 '반개혁분자', 나가서는 '비자금 연루자'로 찍힐 판이다. 명분은 최 대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당내 인사도) 설득하면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곧 미증유의 내부 권력투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SK비자금 파문의 와중에서 숨죽이고 있던 중진급이 제 목소리를 낼 경우 격렬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 대표측은 명분을 십분 활용,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다. "최 대표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이라는 소장파들과 재선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반발을 돌파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의 개혁 방안이 성공한다면 최 대표로서는 정치개혁을 이뤄냈다는 성과와 함께 리더십까지 확고하게 틀어쥐게 된다. "현 국면은 한나라당의 최대위기이자, 최 대표에게는 최대 기회"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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