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중대선거구제 도입론의 확산은 조만간 본격화할 국회의 정치개혁 협상의 큰 흐름을 뒤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중대선거구제를 들고 나올 경우 청와대와 다른 당의 기류에 비추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는 현재의 4당체제처럼 다당제에 맞는 제도로 알려져 있어 도입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중대선거구 도입을 전제로 "총선 후 책임총리제를 시행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고,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도 틈만 나면 중대선거구를 입에 올리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수도권 선거 대책 등 각각의 사정 때문에 대체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2일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전반의 개혁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도 "동서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장치"라며 화답하고 있다.
중대선거구를 선호하는 한나라당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한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백약이 무효"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돈을 얼마나 썼느냐가 득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선거구제의 유권자 규모로는 깨끗한 선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구를 광역화해 유권자수를 몇 배로 늘림으로써 후보들이 돈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치적 계산도 숨어 있다. 우선 대선자금 파문으로 당 이미지가 악화일로에 있어 1명만 뽑는 소선구제 아래서는 당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정국풍향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수도권의 의원이 중진과 소장파를 막론하고 중대선거구제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노 대통령이 원하는 중대선거구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책임총리제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빅딜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매듭짓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중대선거구제와 책임총리제를 한데 묶어 언급하고 있는 홍사덕 총무에게서 이런 인상이 특히 짙게 풍긴다.
그러나 당내 의원들간, 의원과 원외 위원장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극심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영남 출신 의원은 우리당 등의 잠식을 우려,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원외 인사와 신인도 "현역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며 부정적이다. 또 중대선거구제가 '돈 안드는 선거'를 담보한다는 전제가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도리어 학계 등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선거비용 절감에는 효과가 없고 정치침체를 가져올 뿐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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