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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늘어진 경기에 관중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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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늘어진 경기에 관중 없다

입력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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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청률이나 입장권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때 이제까지 국내 스포츠이벤트 중 최고의 축제는 프로야구의 한국 시리즈였다. 특히 시리즈가 1승 1패씩 밀고당기는 식으로 진행되면 대개가 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그런데 양 팀이 3승3패로 2003년 프로야구의 최종승부가 결정되는 시리즈 7차전에서는 관중석이 꽉 차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매년 잘 팔리던 입장권이 안 팔릴 때는 몇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지난해와 입장료 변동이 없었고 야구팬이 가장 많은 서울에서 열린 경기였다는 점에서 가격(price)이나 경기장(place)이 관중감소의 원인은 분명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까지 외야석에 등장했던 잠자리채 부대의 사진이 스포츠면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 자체에 대한 홍보(PR)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없다.

또 양 팀이 3승 3패까지 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이번 시리즈에 대한 공짜 프로모션(promotion)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것도 아니고 그날 빅 이벤트가 동시에 열렸던 것도 아니니 마케팅 4P 측면에서만 본다면 남은 한가지는 제품(product)의 문제일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시리즈의 5, 6, 7차전 관중 수와 두 팀 경기의 품질이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현대와 SK 등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야 섭섭해 할 지 모르겠지만 프로리그에서 품질에 대한 평가는 사는 사람이 내리는 대로 따라야 한다. 만드는 사람들은 '이기는 경기'가 고품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에서는 '재미있는 경기'가 높게 평가되는 시각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의 경기가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서울 팬들로부터 인기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관중 동원 실패가 그리 비관만 할 것은 아니다. 내년 시즌 서울 팬들에 인기 있는 팀들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온다면 관중은 꽉 들어찰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죽죽 늘어지는 경기 시간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도 '스피디하지 못한 경기' 탓에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속전속결을 좋아해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젊은 관중들이 경기 시간에 제한이 없는 야구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종목으로 하나 둘 떠나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지 모른다. 이번 시리즈에서 4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감독들이야 신중하게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중들은 이미 하나둘 경기장을 떠나고 있었다. 만일 이번 시리즈의 관중 감소가 이런 원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내년 시즌도 올해처럼 썰렁하게 마무리짓게 될 것이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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