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제주평화포럼'이 이틀 동안 열렸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온 전현직 정치인과 외교관 학자 경제인 언론인 등 100여명이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2001년에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토론의 초점이었으나 올해는 6자회담이 관심 대상이었다. 주최측은 북한과 교섭을 벌여 참석언질까지 받았으나 결국 북한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요즘 포럼이 유행이다. 원래 포럼은 로마시대 광장을 의미했으나 이제 토론장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각양각색의 주제로 포럼이 생기고 또 세계화 추세를 따라 국제적 규모를 갖춘 포럼도 있다. 다보스포럼이 대표적이다.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이 포럼은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쏟아놓는 정책과 아이디어로 거대한 지식과 정보의 유통시장을 이룬다. 민간단체가 주최하지만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다보스포럼에 자극을 받아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보아오포럼을 만들었다. 중국정부는 하이난섬(海南島)의 보아오에 이 포럼을 정책적으로 유치하였고 그 육성에 중국의 영향력을 실어주고 있다.
■ 제주평화포럼은 지자체인 제주도가 주최한다. 그러나 독특한 연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구상이 활발히 논의되었다. 역사적 비극인 4·3사건을 경험한 섬이라는 상징성이 있는데다 마침 한미 한러 한일 정상회담이 제주도에서 열림으로써 외교무대로서 조명을 받은 것이 그 자극제가 되었다. 제주평화포럼은 이렇게 '평화의 섬' 구상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 그러나 '평화의 섬'은 역사적 상징성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가 추구하는 국제자유도시에 알맞은 전략적 테마의 하나이기도 하다. 즉 평화의 섬은 21세기 관광산업의 진수로 불리는 회의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좋은 키워드이다. APEC정상회의 같은 국제회의 뿐 아니라 국제기구도 제주도에 유치하고 싶어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의 '동북아 경제와이즈맨 원탁회의' 제주개최 제의는 입맛당기는 일이다. 그러나 수준 높은 회의중심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은 주민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세계를 받아들일 실력을 닦아야 한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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