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5대 정치개혁안을 불쑥 제안하더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야당 죽이기'로 격하했다. 국민과 동떨어진 정국인식과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위기대처 방식이 한심하다. 아무도 정치개혁을 거부하지 않겠지만 검찰의 비리수사를 이런 식으로 부정할 처지가 결코 아니다.한나라당의 개혁안은 실천만 된다면 큰 정치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창 진통 중인 대선자금 파문도 궁극적으로 정치개혁을 이루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정당의 의지도 큰 만큼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해당 정당의 성실한 협조가 필수적 조건이다. 여론과 민심이 계속 이를 촉구하고 독려하는 것도 정치개혁의 공익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지구당의 폐지나 기업의 직접 후원 금지 등은 정치부패 정경유착 비리의 구조적 병폐를 제거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대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에서 이런 개혁의지가 과연 진심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의 개혁안이 그 자체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동기와 저의를 의심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검찰수사의 확대를 유·불리의 계산법으로만 대하려는 타성을 벗지 못하고, 오로지 상대나 물고 늘어지려는 자세가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대처 방식이다. 한나라당은 마땅히 해야 할 자기고백의 기회를 여러 차례 넘겼다. 그러고는 오로지 특검법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일이다. 지금 검찰수사를 희석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최 대표가 제시한 개혁안들은 하나하나가 진지하고 끈기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정치기획'으로 치부하면서 제시된 정치개혁이라면 그 개혁안은 정국 돌파용 카드 이상이 되기 어렵다. 검찰수사가 가속화하자 곤궁한 처지를 면하려거나, 당내입지 강화를 위한 의도가 진하다. 이런 협소한 인식을 벗지 못하는 정당에게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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