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등 고대사 왜곡에 대한 국내 학계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2일 긴급 연석회의를 갖고 중국의 역사 왜곡 논리를 반박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도 12월 동북아 고대사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한편 고대사 전담 연구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충남대에서 열린 고대사학회 고문·이사·평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논리를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반박하기 위한 임시 대책기구 발족을 결의했다. 이 기구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역사 왜곡 논리에 대응할 연구 활동을 계획·집행하고 내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고구려 고분 벽화가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도록 힘쓸 계획이다.
고대사학회는 8일 경희대에서 열리는 월례 연구발표회에서 대책기구를 정식 출범시키고, 12월부터 중국 고대사와 우리 사서에 나타난 고구려 관련 대목을 사학사적으로 검토하는 등 체계적 연구작업에 들어간다.
또 내년 3월에는 국내외 고구려 벽화 전문가들이 고구려 고분 벽화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세계문화유산 등록 관련 여론을 조성하고, 내년 하계 학술대회에서는 중국의 역사 왜곡을 반박하는 연구 성과물을 대량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고대사학회는 또 고구려 문제뿐만 아니라 고조선, 부여, 발해 등 고대사 전체, 나아가 조선후기 중국과 국경 설정이나 간도 문제까지 다루는 범 학회 차원의 연대 기구를 결성키로 했다. 이 기구는 역사학회가 중심이 되고 고대사학회가 실무를 책임지며,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고고학회 한국미술사학회 동양사학회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고대사학회 이문기 회장(경북대 교수)은 "중국이 역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엄밀한 연구 성과물에 바탕해 학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고구려사가 한국사의 일부라는 연구 내용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문화연구원은 민족문화연구소 주관으로 12월15일 오전 10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동북아시아 고대사 연구의 방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마련된 학술회의다. 이 자리에서는 신동하 동덕여대 교수가 '고구려 연구의 제문제'를, 박경철 강남대 교수가 '부여사 연구의 제문제'를 발표하고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등이 토론하는 등 우리 고대사 연구의 현황과 문제를 폭 넓게 짚을 예정이다.
민족문화연구소는 또 고대사 연구자 양성 및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정신문화연구원에 '고대사연구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이 심각한데도 현재 국내 고구려사 전공자가 5명 정도인 등 고대사 연구층이 너무 빈약하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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