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레볼루션'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 영화의 개봉일인 5일을 피하느라 10월31일엔 무려 10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10월24일 개봉 예정이던 '깝스'는 날짜를 이리 저리 옮기다가 결국 '매트릭스―레볼루션'을 피해 다른 영화들이 모두 발을 뺀 5일로 개봉일을 잡았다.한 주에 평균 다섯 작품 내외가 개봉되던 추세에 비하면 '매트릭스―레볼루션' 개봉 전주와 개봉 다음 주엔 각각 열 작품 내외의 많은 작품이 몰려 있다. 10월에 개봉하자니 '스캔들'과 '황산벌'이 앞을 가로막고, 11월에 개봉하자니 '매트릭스―레볼루션'을 피해 갈 수 없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결국 '매트릭스―레볼루션'과 함께 5일에 개봉한 작품은 '영어완전정복'과 '깝스'가 전부다.
10월과 11월은 영화사들이 전통적 비수기로 꼽아 온 시기다. 그러나 비수기라고 해서 스크린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GV나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는 '스캔들' '황산벌' 등 '되는' 영화를 두 세편씩 상영하지, '작은' 영화나 '예술' 영화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설령 자리를 얻어도 다른 작품과 번갈아 상영해야 하는 설움을 겪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굿바이 레닌' 등 작지만 알찬 수확을 거둔 영화들이 있다는 것. '굿바이 레닌'은 흥행 강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주말 저녁 매진을 기록했다. 여기에 '그녀에게' '파 프롬 헤븐' 등 작품성 있는 영화가 재상영되고, 작은 영화들이 공동마케팅에 나서는 등 난국을 헤쳐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러나 소수의 한국 흥행 영화와 외화 대작이 스크린을 독식하고 작은 영화들이 떠밀리는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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