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 DVD를 화려한 음향과 영상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는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추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정작 대다수 사람들의 현실은 경기침체 및 아이들 양육과 교육비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홈시어터는 언제나 '그림의 떡'이다.그렇다고 마냥 기죽어 있을 수는 없는 일. 오히려 일부 AV 마니아들은 알뜰하게 DVD를 즐기는 나름대로의 반짝 아이디어를 발휘해 눈길을 끌고 있다.
DVD의 장점인 5.1 채널의 입체 사운드. DVD전용 스피커 시스템이 없으면 어떠랴. 집안에 돌아다니는 PC스피커와 오디오 스피커까지 모두 찾아내 DVD플레이어에 연결하는 비법이 있다. 이른바 AV용 앰프가 없어도 각양각색의 스피커를 붙여놓으면 의외로 괜찮은 입체 음향이 펼쳐진다.
스피커마다 출처가 다르니까 소리 역시 독특한 개성이 넘쳐난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피커 위치를 바꿔 연결해보면서 자신만의 음색을 찾아내면 된다. 비록 저음을 내는 서브우퍼 스피커야 따로 마련해야 하지만 없으면 시끄럽지 않아서 오히려 아랫집 이웃사촌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은가.
집안에 마땅한 스피커마저 없다면 미니컴포넌트의 외부음향단자(AUX)에 연결하면 예상보다 좋은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DVD플레이어에는 5.1채널을 2채널로 변환해주는 '다운 믹싱'이라는 기특한 기능이 있다. 만약 DVD플레이어조차 없다고 해도 PC에 DVD롬 드라이브만 달면 컴퓨터로 보는 작은 극장을 그럭저럭 갖출 수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DVD동호회 'DVD프라임'에선 얼마 전 10만원으로 만드는 자작 프로젝터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좋은 영상을 보려면 큰 화면이 필요한데 대형TV나 전문 프로젝터를 구입하려면 예산이 만만치 않다. 성능은 떨어져도 종이박스와 일반 램프로 만든 10만원짜리 프로젝터는 한때 동호회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검색 품목 1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필자가 아는 한 회원은 "TV를 바꾸지 못해 DVD 화면이 너무 작아보일 때는 공짜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 있지요. 시청거리를 조금만 더 가까이 해보세요. 화면이 2배는 더 커집니다"고 귀뜸했다. 웃어넘길 수 있는 얘기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찡한 아련함이 밀려온다.
극심한 불경기 탓인지는 몰라도 DVD타이틀 값도 많이 내렸다. 음반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1만원 미만의 DVD가 인터넷 전문 쇼핑몰마다 수두룩하다. 훗날 경기가 호전되고 개인 수입이 훨씬 늘어나 괜찮은 홈시어터를 장만하면 이런저런 알뜰 DVD 감상법도 모두 옛 추억의 한 켠으로 남을 것이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