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과 신촌을 오가는 76번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출입문 옆 자리에 앉은 60대의 남자 승객과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버스 기사와의 대화다. 승객이 먼저 기사에게 누구를 아느냐고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전에 이 버스 회사에 다녔던 사람인데…" "아, 그래요. 저는 이 버스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데도 승객이 집요하게 말을 붙여 이야기가 이어졌다. 버스 기사가 여러 유형의 승객에 대해 말했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는 사람과 저쪽에서 뛰어와서 타는 사람의 차이, 버스에 올라탄 다음에야 어디 가는 버스냐고 묻는 사람, 그 틈에 슬그머니 요금을 내지 않으려는 사람, 술이 취해 기사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 빈자리가 있는 데도 꼭 젊은 여자 옆자리에 앉으려는 사람 등등. 그렇게 자기 눈엔 비친 승객들의 모습을 유형별로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 중에 제일 귀찮은 손님은 앞만 보고 운전을 해야 하는 기사를 붙잡고 자꾸 말을 붙이는 사람이죠. 다른 승객들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그 말 한마디로 버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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