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무제한 수사.'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대선자금 수사 범위를 이 같은 모순된 어법으로 정리했다. "모든 대선자금을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어떤 범위를 정해놓고 수사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각 정당 관계자는 물론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수사 대상기업은
안 부장은 "이른바 5대 그룹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단서가 있으면 그 밖의 기업도 수사하겠다"며 "단 합법적 자금, 통상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범위의 후원금까지 조사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5대 그룹의 경우라도 증거가 없으면 수사하지 않고, 또 일반적으로 납득 가능한 후원금이라면 굳이 따지고 들진 않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SK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여야 각 당에 다른 기업의 불법 대선자금이 유입된 사실을 이미 포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서가 포착된 이들 기업이 최우선 수사대상이 된다. 또 법규정 한도를 넘겨 후원금을 냈거나 형편에 비해 과도한 후원금을 낸 기업을 중심으로 수사가 확산될 전망이다. 안 부장은 그러나 "조사대상이 꼭 기업이 되란 법은 없다"고 말해 개인이나 조직 차원의 후원금에 대해서도 불법 혐의가 있을 경우 조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기업부터 조사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정당 회계장부를 우선 조사하고 기업에 대해 확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공여자 우선 수사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당 회계장부가 어차피 '꿰맞추기식'으로 조작된 만큼 조사해 봐야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 부장은 "대통령의 말씀은 기업 경제활동을 존중하라는 의미로 이해하겠다"며 "압수수색이나 기업관계자 소환을 비밀에 부치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대상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 증거확보 조치에 나설 것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전체 기업 비자금은 수사하지 말자는 노 대통령의 주문에 대해서도 검찰은 "일부러 비자금을 보려 애쓰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수사를 하다가 나온 것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다"며 시각을 달리했다. 만일 분식회계 등으로 불법 조성한 비자금이 발견된다면 사법적 기준에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정당 압수수색 할까
검찰은 "당사 압수수색은 현재로서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관련 장부를 은폐하는 등 정치권의 비협조로 수사가 벽에 부딪칠 경우 최후 수단으로 당사 압수수색이라는 초강경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정당 관련 계좌추적에 대해선 "아주 제한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할 것"이라며 용처 확인 차원에서 실시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안 부장은 그러나 "지구당 단위의 용처 확인은 정당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말해 계좌추적이 이뤄지더라도 중앙당 후원회 계좌에 국한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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