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만을 경고한 '바벨탑 비극'에도 불구하고 보다 높은 구조물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은 좀처럼 식지않는다. 높이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85년 미국 시카고에서 55m 높이의 '홈 인슈어런스 빌딩'을 건설하면서. 그로부터 100여년만인 2004년 초에는 그 10배에 달하는 508m의 '타이베이 101타워'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20세기까지 미국이 꾸준히 지켜온 세계 최고의 마천루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이 이제 아시아 국가들에게 넘어가고있다.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주축이 돼 자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초고층 건물을 건축하고 있기 때문이다.치열한 높이 경쟁
현재 세계 최고 빌딩은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 1998년에 건설된 452m 높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그러나 내년 1월이면 대만 타이베이에 들어설 '타이베이 101타워'에게 1위 자리를 넘겨 줘야 한다. 101층으로 지어질 이 건물의 높이는 508m.
하지만 타이베이 101타워가 1위 자리를 차지해도 '3년 천하'에 그칠 전망이다. 2007년 홍콩에 108층짜리 '유니언 스퀘어'가 들어서고, 중국 상하이에 건설될 '월드파이낸셜센터'도 높이를 비밀에 부친 채 세계 최고를 향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최고층 건물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산에서 2009년 완공을 목표로 107층, 495m의 제2롯데월드가 2001년 착공됐고,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지역에 130층 규모 높이가 580m에 달하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본은 도쿄만에서 2㎞ 떨어진 해상에 840m 높이의 밀레니엄 타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2050년경에 70만 인구가 들어갈 수 있는 800층, 4,000m 높이의 초대형 건축물을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어떻게 짓나?
초고층 빌딩 건축이 가능해진 것은 바람과 지진 등과 같은 횡(橫)방향 하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구조' 라는 건축방식 덕분이다. 탄력적인 구조란 건물을 탄력있게 만들어 지진이나 바람의 흔들림을 서서히 흡수하게 한 것. 건물이 좌우로 한 차례 흔들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그 건물의 '고유 주기'라고 한다. 고유 주기는 높은 건물일수록 길어지는데, 고유 주기가 길어지면 건물이 받는 지진 에너지가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 즉 강풍이 불 때 강한 버드나무는 뿌리째 뽑혀도 연약한 갈대는 끝까지 견디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탄력적인 구조의 비밀이다.
하지만 탄력적인 구조만 갖추게되면 빌딩이 내내 흔들리게 된다. 기둥, 들보, 벽 등의 부자재를 이용해 건물 전체가 흔들림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울러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물 상부층에 '동조질량감쇠기'나 '점탄성 감쇠기' 등 진동을 줄이는 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내년 초 완공될 타이베이 101타워는 지진에 대비해 88∼92층에 800톤 정도의 커다란 볼을 매달아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했다.
빌딩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면 쓸모없는 법. 엘리베이터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일본 요코하마의 랜드마크 타워에 설치돼 있다. 1분에 700m를 움직인다. 그러면 현재 인간의 힘으로 지을 수 있는 빌딩 높이는 얼마나 될까? 한양대 건축공학부 신성우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날씬한 빌딩 형태의 건물을 짓는다고 할 때 150층에 700m 수준이 한계"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중인 재료보다 강도가 세고 가벼운 재료가 나와야 1,0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의 건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캐나다 국가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인 콘크리트 네트워크가 최근 1㎠당 8,0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해 초고층 건물 짓기 경쟁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김진구 교수, 한양대 건축공학부 신성우 교수>도움말=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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