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부 우울증에는 외국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 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흥미와 관심이 없어짐 피곤·활동저하 중 2가지 이상 집중력과 주의력 저하 자존심 및 자신감 저하 죄책감과 무가치감 비관·염세적 사고 자해·자살행동 수면장애 식욕감퇴 중 2가지 이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것. 주부 우울증도 이 범주에 있으나 증세나 원인은 좀 다르다.고대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주부우울증에선 시어머니나 시누이 등 시댁과의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뚜렷하다"며 "이와 관련해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 공격성이 흔히 나타난다"고 말한다. 전통적 가족관이 우울증 유발의 원인인 셈. 이 교수는 또 "가슴이 답답하고 명치끝이 걸린 느낌, 분노, 불면,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매우 특징적"이라고 말한다.
같은 여성 혹은 주부라도 전업주부와 직업을 가진 여성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이 교수는 "전업주부의 경우 신체적 증상에 대한 호소가 많은 반면 직업있는 여성은 대인관계에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슬프고 괴롭다는 감정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전업주부의 우울증은 발견이 더 어렵다. 직업을 가진 경우 업무에 차질을 빚으면 우울증이 표면화하는 계기가 되지만 가정주부는 시간을 때우며 혼자만의 고통에 매몰될 확률이 높다. "여자의 일생이 그런 것이다"라는 체념 속에 많은 주부의 인생이 병들고 있다.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