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한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위법성 여부를 가릴 경우 양·한방간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위법 논란이 제기된 이 사안을 2년동안이나 덮어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이 사건을 질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아무런 회신도 보내지 않는 등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2일 복지부에 따르면 울산시는 2001년 9월 의약분업 감독과정에서 시내 모 의원이 기침증세를 보인 어린이 환자에게 양약과 함께 기침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한약제제인 맥문동탕을 처방한 사실을 적발, 복지부에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 사안에 대해 보건정책국 의료정책과 등 복지부내 3개 과는 지난해 1월 대책회의를 열어 "법 규정이 모호한 상태에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경우 양·한방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고 회신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법상 규정이 모호, 섣불리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경우 한·약분쟁처럼 이해단체간 충돌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관련 부서의 내부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며 "한의사협회도 이 같은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한의사협회 고위관계자는 "한방정책관실 관계자가 찾아와 '의사협회에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조문을 보내고 추후 법령도 정비하겠다'며 이 선에서 해결하자고 요청해 왔으나 '해당 의사에 대한 징계는 상관하지 않겠지만 위법여부는 가려야 한다'고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법률전문가들은 과거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판결한 판례를 들어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등 이해단체의 반발 때문에 위법성이 있는 사안을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 전문인 신현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의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양·한의사의 의료범위를 통제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하지 않은 것은 행정기관의 직무를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 의사협회는 약사법상 환자가 임의로 사먹을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의 처방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었다. 더욱이 복지부는 이 사건 발생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법률 정비도 하지 않아 문제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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