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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창업 無에서 有를 만드는 인터넷 "대학생 실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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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창업 無에서 有를 만드는 인터넷 "대학생 실업가"

입력
200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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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천이라곤 용기밖에 없고, 특기는 발품이 전부인 대학생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청년 실업가' 대접을 받고 있다. 수단이 좋은 학생들은 맨주먹으로 창업해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는가 하면, 아르바이트로 모은 몇백만원을 투자해 한달 수천만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학생도 있다. 이들에게는 해가 바뀔수록 거세지는 취업대란이 딴나라 이야기다.● 홍익대 4학년 이준혁씨

홍익대 경영정보학과 4학년 이준혁(28)씨는 2월 직수입 명품 쇼핑몰인 럭셔리세븐(www.luxury7.co.kr)을 열었다. 창업에 든 비용은 홈페이지 및 시스템 구축 대행비 5만원이 전부이다. 창업 직후 밀려든 주문은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발품으로 충당했다.

이씨는 삼겹살 전문점에서 3년간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사귄 손님과 퀵서비스 업체를 3개월간 운영하며 뚫은 거래처 등으로부터 수입의류 직수입상을 소개받고 "학생이 뭔 돈이있습니까. 물건이 팔리는 대로 돈을 주겠습니다"며 통사정해서 외상거래를 텄다.

"믿을만한 분들이 중간에서 도와주니까 수입상들이 옷 한두장씩 외상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많이 깎아줘서 쇼핑몰의 첫 기반을 닦는데 어려움이 없었죠."

럭셔리세븐의 월 매출액은 2,000만원. 명품 잡화 및 의류를 시중가에 비해 25% 이상 싸게 팔지만 마진이 15∼20%일 정도로 짭짤한 장사이다. 이 쇼핑몰의 입소문이 번지자 한 IT업체가 제휴를 제의해 오기도 했다.

럭셔리세븐은 이 업체와 실버사업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명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실패하기도 힘들어요. 취업하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내 사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 동국대 4학년 문용철씨

동국대 공대 4학년 문용철(27)씨의 온라인 서점 HSK북(www.hskbook.com)은 여느 중국원서 매장과 차원이 다르다.

문씨는 중국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동국대에 편입한 중국동포인데다 중국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 있는 중국서적 '전문가'.

"중국원서를 스캔해서 책 내용에 대한 설명까지 되도록 자세히 올려줍니다. 서울 외에는 중국원서 매장이 없기 때문에 중국어, 중국문화를 공부하는 지방 학생들이 사이트에 자주 들르는 편이죠."

이씨는 국내의 다른 서점에서 책을 사다 팔기 때문에 HSK북의 책값은 서울의 전문매장보다 좀 비싼 편이다. "마음 같아서는 중국에서 직접 책을 들여오고 싶지만 수요도 많지 않은데다 절차도 복잡해 차선책으로 국내 매장에서 책을 사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HSK북이 중국책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국내 서점이라고 자부합니다."

HSK북의 월 매출은 200만원 정도. 이씨는 '중국의 아마존'으로 통하는 당당서점(www.dangdang.com)과의 거래, 중국어 채널인 하오티비의 인터넷 쇼핑몰 입점, 중국음악 전문사이트인 뮤직차이나와의 계약 등을 통해 매출액 급상승을 노리고 있다.

● 계명대 4학년 정지운씨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졸업반인 정지운(24)씨는 아버지가 대구에서 운영하는 국악기 제작소가 만든 북, 장구, 꽹과리 등을 인터넷 쇼핑몰 코리아소리(www.koreasori.com)에서 팔고 있다.

"전통악기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 없길래 한번 도전해봤죠. 제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버지를 도와드리기 위한 사업입니다."

아버지 회사에서 대주는 물건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창업자금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수익금도 아버지한테 다 드려요." 일종의 부자(父子) 동업인 셈이다.

"소리가 생명인 전통 악기를 겉모습만 보여주고 팔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악기가 중소기업청 품질인증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작품들이라 국악인들이 믿고 사주더군요."

코리아소리의 매출액은 월 600만원. 이중 300만원은 순수한 인터넷 주문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는 코리아소리 사이트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국악인들의 구입분이다.

● 홍익대 대학원생 김윤정씨

홍익대 교육대학원생 김윤정씨(26)는 여성의류 전문 쇼핑몰 럭스베베(www.luxbebe.com)의 대표이사이다. 장래 희망은 교사. 김씨는 장사하랴 임용고시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돈 되는 장사예요. 힘들면 가족들의 도움도 좀 받으면서 교직과 사업을 같이 해볼 생각입니다."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은 수두룩하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럭스베베는 6월 창업 이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씨가 말하는 럭스베베의 성공 비결도 발품. "재래시장을 이 잡듯 뒤져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본 경험도 많고, 같은 또래가 좋아하는 옷의 유행도 잘 알고 있으니 팔릴만한 옷만 고를 수 있어요. 쉽게 구할 수 없는 외국산 옷도 반값에 팝니다."

첫 달, 둘째 달 매출은 그저 그랬다. 그러나 요즘은 월 매출 2,000만원도 거뜬하다. 마진은 비밀이지만 제법 된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00만원으로 물건을 떼와서 시작한 사업치고는 누가 보더라도 성공작이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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