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아니라 숫제 무인도에 사는 기분입니다."서울대 공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이모(29·응용화학부)씨는 학교 실험실에서 핸드폰 사용을 포기한지 오래다. 연구실이 있는 신공학관이 관악산 중턱에 위치한 탓에 핸드폰이 전혀 터지지 않는 것. 이씨는 "학교측에 기지국 추가 설치를 요청한 지가 1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박모(21·컴퓨터공학부3)씨도 "핸드폰 송수신이 안돼 여자친구와 매일 싸우고 있다"며 "휴대폰 전파 불량지역에 건물을 지었으면 중계기 등 최소한의 지원시설은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캠퍼스 부지(약 479만㎡)를 보유한 서울대에서 '핸드폰 중계기 설치 논쟁'이 한창이다. 산 기슭인데다 캠퍼스가 워낙 넓다 보니 휴대폰 불통구역이 많아 학생들이 학교측에 기지국 등 중계기 추가 설치 민원을 쏟아내고 있는 것. 실제 신공학관 건물인 301, 302동과 기숙사 등지에서는 일부 업체의 핸드폰 전파 수신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울대는 중계기 추가 설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지국에서 나오는 고주파가 정밀실험기자재 및 각종 교육지원시설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설치 불가의 이유. 서울대 기술과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계소 및 실내 중계기 설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설치 승인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기술과의 이승재 전기주사는 "4∼5년전 통신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군단 인근에 이동기지국을 운영한 적이 있었지만 상당수 교수, 학생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해 1주일만에 운영을 중지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기공학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의 고충은 알지만 실내 고주파 안테나 때문에 교육 연구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명백한 만큼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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