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월드컵 공식행사차량으로 현대자동차가 선정되자, 독일 경제부 장관이 '세계 최고 자동차 강국 독일 역사의 수치'라고 한탄했다고 당시 독일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 스포츠마케팅팀 조래수 팀장(43)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흐른다. 2006 월드컵이 열리는 6월 한달간 현대의 에쿠스, 그랜저XG, 쏘나타, 산타페, 트라제 등이 월드컵에 참가한 VIP, 선수단, 보도진, 조직위 직원들을 태우고 벤츠, BMW, 아우디의 나라 독일을 누비게 된다. 동원되는 차량은 승용차만 1,000여대, 버스 등을 합치면 연 3,000대에 달한다.스포츠마케팅의 직·간접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차는 2002월드컵 기간 1,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투자해 전세계에서 브랜드 인지도 10% 상승과 6조2,000억원의 광고효과를 거두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190여개국의 현지 판매대리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7점 만점에 3, 4점에 불과하던 딜러 만족도가 대회 직후 6.7점 까지 뛰어오르는 등 무형의 효과도 엄청났다.
조 팀장 이하 11명으로 구성된 현대·기아차 스포츠마케팅팀은 2002 월드컵 한·일공동개최가 확정된 1999년 조직됐다. 본격 활동에 나선 첫 대회가 1999년 FIFA 미국 여자월드컵. "미국과 중국이 맞붙었던 99년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미국의 브랜디 체스테인 선수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후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던 모습 혹시 기억하십니까? 그 순간 우리 팀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체스테인 선수가 골 세리머니를 하던 장소 바로 뒤에 현대차 광고판이 놓여 있었거든요."
스포츠마케팅팀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2002 월드컵 명장면은 폴란드와의 예선 첫경기에서 유상철 선수가 추가골을 터뜨린 순간이다. 유상철 선수가 양팔을 벌려 관중들에게 일어서라는 듯 날개짓 세리머니를 하던 곳 뒤에도 역시 현대차 광고판이 놓여있었다. 전국민이 적어도 10회 이상 반복해서 지켜봤던 그 장면에 현대차가 함께한 셈이다.
이처럼 스포츠마케팅팀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스포츠의 결과 만큼 극적이다. 하지만 정작 준비 당사자는 경기관람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사전행사가 자신들의 주업무이고 정작 본 경기가 시작되면, 행사 마무리 등으로 바쁘기 때문이다. 김용주(37) 과장은 "2002월드컵 결승전 부대행사를 위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현대로고를 본 공항직원들이 아는 체하는 걸 보고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며 "하지만 일본까지 가서도 정작 경기는 5분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세계 자동차 랠리 뒷바라지를 담당하고 있는 최규헌(37) 과장·조광일(30) 사원의 경우는 출장길이 고생길이다. "자동차 랠리는 대부분 오지에서 치러집니다. 정상적으로 씻고 먹는 것 자체가 호강이죠.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랠리에 출장 가려면 비행기 타는 시간만 40시간이 넘습니다." 특히 최 과장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오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불귀의 객이 될 뻔 하기도 했다. 최 과장은 "1년의 4분의 1을 객지에서 보내고, 무릎에 관절염이 생길 만큼 비행기를 탄 덕택에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가 60만마일이나 된다"며 웃는다. 60만마일이면 60명이 제주도를 공짜로 왕복할 수 있다.
요즘 스포츠마케팅팀은 얼마 전에 끝난 FIFA 여자월드컵 마무리와 한창 지역예선을 진행중인 유럽 축구국가 대항전 'UEFA 유로 2004'와 2004 호주오픈 테니스의 각종 부대행사 준비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번 유로 2004를 앞두고 현대차는 전세계 축구동호회를 대상으로 한 '5인제 미니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예선 국가간 예선 등을 거쳐 이중 16개팀이 선발되면, 내년 6월 유로 2004가 열리는 포르투갈로 초청해 개최도시에서 결승전을 치를 계획이다. 또 유로 2004 참가국마다 자국팀을 성원하는 글귀를 적은 대형 축구공을 전시하며, 대회 분위기 고양하는 '굿윌볼 로드쇼'를 전개하고 있다.
내년 초에 있을 테니스 호주오픈에 대비해 전세계에서 12∼1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경기보조 요원을 선발하는 '기아볼 키즈'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세계 테니스를 좋아하는 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기아 아마추어 호주오픈' 경기를 진행해 총 32명에게 호주오픈 관람기회를 제공한다.
박지용(35) 대리는 "지난해 월드컵 때 전광판 방영권을 가지고 있던 우리 회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길거리응원 행사를 치를 수 있었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사의 편지를 보내 올 때 가장 뿌듯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환호하는 짜릿한 순간을 함께 한다는 데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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