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치자금 전모의 규명을 촉구하면서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착수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SK외 다른 기업들의 대선자금을 수사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 온 검찰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큰 짐을 덜었다.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여론 때문에 수사확대를 주저해 온 검찰로선 최고 통치권자가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검찰은 수사확대를 선언하면서 수사방향과 범위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용처 수사를 위한 여야 정당의 계좌추적 착수 여부도 함께 결론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다른 기업에 대해 수사할 경우)정치자금의 조성경로와 이 돈의 최종 사용처를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비자금에서 대선자금이 나왔다면 비자금 조성부분을 문제 삼을 것이며 또 정당이 이 돈을 받아 순수 선거용으로 썼는지, 개인이 축재했는지 여부까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사가 정·재계에 미칠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당장은 임직원 명의를 이용한 후원금 납부 등 별로 대단치 않은 편법 사실이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캐고 들면 어떤 '덩어리'로 연결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기업도 자유롭지 않은 비자금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를 우려한 듯 노 대통령은 "수사를 기업비자금 전반으로 확대하지 말고 정치자금에 한해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당 회계장부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기업 실무자를 불러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비자금을 파헤쳐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캐내는 '역방향' 수사방식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한나라당에 건네진 SK비자금 100억원처럼 회계처리와 무관한 '진짜 큰 돈'은 놓쳐버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3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최도술씨를 기소하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주목되는 것은 최씨가 SK외 다른 기업으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 또 최씨와 억대의 돈을 나눠 쓴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가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여부다. 장수천의 연대보증자중 한명인 선씨가 최씨에게 받은 돈을 빚 변제에 사용했는지 여부는 매우 민감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장수천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대선이후 장수천의 남은 빚 3억원이 최종 변제됐으나 이 돈의 출처는 명백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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