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재불 한인 여성 디자이너가 세계적인 패션업체 발렌티노를 상대로 힘겨운 저작권 싸움을 벌이고 있어 현지의 반향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서 의상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소영씨가 그 주인공.31일 파리의 한인신문 '빠리지성'에 따르면 파리 의상학교를 나와 3년째 '소영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지난 22일 파리 몽테뉴 거리에 있는 발렌티노 사옥 앞에서 재불 교민 및 유학생들과 함께 저작권 침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박씨는 발렌티노측이 자신의 의상기법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고객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고유 기법으로 만든 의상의 반응이 좋아 올 1월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살롱에도 출품, 의류업자와 디자이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는데, 발렌티노측이 이를 허락 없이 베꼈다는 것. 박씨는 발렌티노측이 '2003∼2004 가을∼겨울 프레타포르테 발렌티노 패션쇼'에서 자신의 기법을 도용한 의상 10여벌을 선보이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는 발렌티노측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져 결국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박씨는 "'발렌티노측으로부터 좋은 내용의 답신이 왔다'면서도 그 내용을 알려주지 않던 변호사가 국내 한 방송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은 직후 '사건을 맡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내왔고, 그 이후 나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발렌티노측이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박씨의 투쟁이 교민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위로전화와 함께 각 단체들의 항의 집회 참가 신청이 잇따르는 등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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