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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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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 cool

입력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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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파운틴, 데이비드 로빈슨 지음·이동연 옮김 사람과 책 발행·9,500원

'쿨'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기에 젊은이들은 '쿨'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일까? 어제까지 다정하던 연인이 "다른 애인이 생겼다"고 뻔뻔하게 털어 놓아도 추궁하지도 매달리지도 않고 "잘 가라"는 말 한마디로 무심한 척 돌아서고, 폭력적 남편에게 얽매여 살면서도 겉으로는 "나의 결혼생활은 행복하고 성공적"이라고 침착하게 말해야 하는 것일까.

한때 'X세대'라는 이름으로 마음 속 생각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것이 신세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 속 분노와 욕망을 억누르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쿨함'이 신세대형 태도가 됐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 cool'이 간파한 것은 미국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쿨'이라는 코드가 본래 흑인들의 자기 방어 메커니즘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고대 서아프리카의 요루바와 이그보 문명에서 발견되는 침착하고 관대한 자질을 뜻하는 '이투투'(itutu) 정신이 노예선에 실려 신세계로 전파됐다는 것. 흑인 노예들은 백인들의 착취와 학대에 대처하기 위해 극도의 초연한 자세인 '쿨'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셈이다.

자본주의의 풍요로움 속에 세상의 중심인 양 행동하는 미국 중산층이 이 '쿨' 정신을 받아들인 것은 역설적이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백인들이 블루스, 힙합 등 흑인 문화에서 묻어나는 '쿨' 정신을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이런 분석에 기반할 때 대중문화와 미디어가 멋있게 포장한 '쿨'은 산업사회의 쓸쓸한 이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책은 흔하게 사용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쿨'이라는 말의 기원과 역사를 훑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쿨'이 억압에 맞서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라고 분석하는 한편으로 사회의 억압에 맞서는 반역의 정신이라고 분석하는 등 체계적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따로 노는' 분석이 산만하게 나열됐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쉽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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