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들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수사 여부와 수위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다.안대희 중수부장은 30일 수사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안 한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혐의가 있는데도 검찰이 "그것은 못하겠다"고 거부할 명분이 없고, 반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할 경우 그 파장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은 이날 "현재로선 5대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없다"며 "구체적인 단서가 있으면 철저히 수사하겠지만 정치적 공방, 단순 의혹 제기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다소 애매한 '답안'을 내놓았다.
또 "확대수사를 위한 충분한 단서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어느 수준의 단서가 수사에 나설 만큼 '충분한'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검찰이 판단할 몫이라는 점에서 사실은 검찰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큰 방향은 수사확대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이중장부 작성, 128억원 허위 회계 처리 등 구체적인 정황을 동반한 폭로가 연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검찰이 못 본 척 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이날 "검찰이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수사상황을 전하면서 전면 수사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특히 대선 당시 삼성그룹이 임직원 명의를 이용, 민주당에 후원금 3억원을 초과 제공한 사실까지 드러난 마당이다. 이미 검찰은 SK가 같은 방식으로 10억원을 제공한 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문제삼았다. 그런 만큼 그냥 넘어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문제는 수사확대의 수위다. SK에 이어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기업군 전체의 대선자금 지원을 들추는 일은 국가경제 안위와 연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검찰이 고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편법 후원금 처리여부를 살펴보는 수준에서 제한적 수사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비자금을 뒤지듯 다른 기업들에 대해 전면적인 비자금 수사를 실시할 만한 단서도 없고, 그 파장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 해도 결코 간단한 수사는 아니다. 또 이 과정에서 어떤 돌출변수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재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지금은 민주당의 후원금 처리 하자 부분만 드러났지만 한나라당을 함께 보지 않을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 검찰의 기류는 "고통스럽더라도 털고 가야 한다"는 쪽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오랜 구습과 단절하고 장기적으로는 투명성 향상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이미 5대 기업 재정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절차에 착수하는 등 이들 기업의 대선자금 스크린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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