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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놀고먹는 벌도 조직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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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놀고먹는 벌도 조직에 기여한다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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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벌통에 100마리의 꿀벌이 있다면 그 중 20마리만 열심히 꿀을 따온다. 60마리는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게 대충대충 꿀을 따온다. 그리고 나머지 20마리는 제대로 꿀 한 번 따오는 적 없이 말 그대로 놀고먹는다.열심히 일하는 벌도 화가 나겠지만 벌통 주인 입장에서도 여간 화가 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놀고먹는 벌 20마리를 쫓아버리거나 죽여버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렇게 되면 80마리 중 16 마리만 열심히 꿀을 따오고, 48마리는 대충대충 꿀을 따오고, 다시 16마리는 놀고 먹는다.

언뜻 생각하기엔 열심히 일하는 벌 4마리만 줄어든 것 같지만, 벌통 주인 입장에서 보면 계산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100마리가 겨우내 먹을 꿀의 양에서 80마리가 먹을 양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어떤 벌을 없애든 그가 없앤 건 꿀 따는 벌 20마리인 것이다.

놀고먹는 벌 20마리도 이렇게 조직에 기여하고, 생산에 기여한다. 사람들의 세상살이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상 인구가 적은 강국은 없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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