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기본적으로 '문학적'이다. 그러나 시와 소설은 낙엽에 대한 감정을 되도록 숨긴다. 아니 이 소재를 아낀다는 표현이 더욱 적확할 것이다. 좀더 어렸을 적 감성을 건드린 문장이 너무 진하게 남아서다. 그나마 낙엽타는 냄새가 강한 것은 이효석의 산문 '낙엽을 태우면서'다.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낙엽을 통해 엄연한 생활인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던 사람이 또 있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폐렴 환자 존지는, 창 너머 나무의 잎사귀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자신의 목숨도 다해간다며 병마와의 싸움을 포기하려 했다. 마지막 남은 잎새(실은 아래층 화가 노인이 그려놓은)가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선 존지는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스러지는 잎은 어떤 시인을 지독한 쓸쓸함에 빠트렸다. 하늘에는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떠 있었고,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있었다. 이 모든 가을날의 장면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같은 낙엽으로 시작됐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이다. 또 어떤 시인은 노랗게 물든 숲 속에서 낙엽진 두 길을 보았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 '가지않은 길')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반복구가 잘 알려진, 그 유명한 구절 때문에 오히려 전문은 찬찬히 감상할 기회가 적었던 구르몽의 시 '낙엽'에는 이런 시구가 있다. '발로밟으면 낙엽은 영혼 소리를 낸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김지영기자 j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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