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제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줄 알고 계세요. 제발 아버지는 모르게 해주세요."30일 서울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여고 3학년 유모(18)양은 연신 눈물을 떨궜다. 유양이 이른바 '원조교제'의 늪에 빠져든 것은 지난 5월. 유양은 10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날품팔이꾼인 아버지, 중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함께 서울 방화동 방 2칸짜리 지하방에서 어렵게 살아왔다. 어려운 형편을 견디다 못한 유양은 급기야 지난 2월 가출, 돈에 궁한 나머지 원조교제의 길에 한발 짝, 두발 짝 다가서버렸다.
"휴대폰 무선인터넷 채팅방에 제 인적사항을 띄워놓으면 전화가 걸려 왔어요. 그러면 아저씨들을 만나 한 번에 10여만원씩 받고 모텔에서 성관계를 맺었죠. 어떤 아저씨들은 제가 불쌍하다며 밥만 사주고 돌려보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제 나이조차 묻지 않았어요." 유양이 3개월 사이에 만난 남성은 모두 34명. 이들은 유치원 원장,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번듯한 30대 전후의 전문직업인들이었다. 유양은 번 돈을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하다 8월 이후 죄책감 때문에 원조교제에서 손을 뗐지만 그와 만났던 손님 한 명이 경찰에 제보, 덜미를 잡혔다. 유양은 "너무 손쉽게 돈이 손에 들어와서 거의 매일 몸을 팔았다"며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양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한편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남성들은 대부분 후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일부는 뻔뻔스럽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남성은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나를 처벌하려면 윤락가에 다니는 모든 남자를 다 조사하라"고 대들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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