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68㎝의 단구지만 알 파치노(63)는 거인 같은 배우다. 1940년 미 뉴욕 사우스브롱스에서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영화 속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 하던 어릴 적 버릇을 살려 극단에 들어갔다. ‘대부’(1972)는 단숨에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로버트 데니로, 로버트 레드포드, 잭 니컬슨 같은 쟁쟁한 배우를 제치고 어색한 영어지만 눈빛이 살아있는 그를 선택했다.1997년 영국의 ‘엠파이어’지는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 네 번째 칸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1969년 데뷔 이후 34년이 지났지만 그는 ‘시몬’에서는 영화 감독, ‘인썸니아’에서는 형사, ‘리크루트’에서는 특수요원으로 스크린을 누비며 60대에도 주연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비슷한 연배의 라이벌 로버트 데니로(60)가 최근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알 파치노의 열정은 더욱 인상적이다.
신작 ‘목격자’는 그의 쉰 목소리와 뜨거운 눈동자, 배역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 일에 파묻혀 사느라 점심은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신경안정제에 기대 일상을 사는 그의 거친 숨결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살인사건에 자기도 모르게 연루돼 늪에 빠지는 그를 보면서 관객은 강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차기작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베니스의 상인’. 당연히 샤일록이 그의 몫이다. 차갑고도 뜨거운 ‘얼음 속의 불’ 같은 알 파치노를 빼고 누구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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