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이 발표된 29일 정오 건설교통부 기자실은 기대감으로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 60쪽에 달하는 책자를 포함해 4종류의 두터운 인쇄물로 된 정부 대책안이 나오자 기자실 안에는 순식간에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곳 저곳에서 '이게 전부냐',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쏟아졌고, 건교부 간부의 설명은 이런 불만 속에 묻혀 버렸다.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1시께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주택거래신고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자들은 즉각 건교부 주택담당 간부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했으나 이 간부는 "그럴 리 없다. 전혀 논의된 바 없다. 확인한 뒤 다시 회견을 하겠다"고 말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번 정부 대책의 하이라이트인 주택거래신고제는 이처럼 실무진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대책에 포함됐다. 이날 오전 공개된 대책이 '알맹이가 없다'는 비난이 일자 대책 발표 직후인 낮 12시30분께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주택거래신고제가 뒤늦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으로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은 '솜 방망이'라는 평가는 간신히 면하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주택거래신고제는 정부가 언론사에는 '제목용'으로, 시장에는 '엄포용'으로 내놓은 면피용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위해 재경부, 건교부, 국세청, 서울시 등 주요 부처를 총동원해 한달 가까이 밤샘 작업까지 해가며 묘안을 짜냈다. 하지만 이런 심사숙고한 대책이 장관회의에서 즉흥적으로 뒤바뀌는 졸속행정이 계속되는 한 강남 집값은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폭등하는 악순환을 재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송영웅 경제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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