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TPC 골프장 소유권을 둘러싸고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됐다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던 썬앤문 그룹 회장 문병욱(51)씨가 서울고검의 재기명령에 따른 재수사 결과 배임 혐의 외에 사기 분양 혐의까지 추가돼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 5월 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 김성래(53·여·구속기소)씨의 양평TPC 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한 115억원 농협 사기대출 사건 수사에서 문씨 등의 불법 행위 단서를 포착했는데도 모두 무혐의 처리해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서울지검 형사9부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간 I사 전무 하모씨 등 93명으로부터 133억여원을 받고 양평TPC 골프장 회원권을 사기 분양한 문씨와 문씨의 동생 병근(43·대지개발 대표이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문씨 등은 또 양평군 등으로부터 회원권 모집 승인을 받지 않고도 정식 회원권을 분양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으며, 골프장 사업권 인수 과정에서 S사에 235억여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달리 농협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조사부는 썬앤문 측을 제외한 채 이사회회의록 등을 위조한 혐의로 김씨와 김씨의 부하 직원들만 기소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된 농협 대출 계약은 지난해 11월 김씨가 아닌 썬앤문과 맺어졌고, 실제 썬앤문도 사기 분양된 회원권으로 김씨가 대출 받았던 농협 지점에서 2차례 대출을 받는 등 불법 정황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이를 간과했다. 이와 관련, 김씨도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 등에서 "회원권 분양 자체가 불법이다" "문씨가 사건에 개입됐다"고 주장했었다.
특히 농협은 "썬앤문측을 고발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는 바람에 부동산 가압류를 풀어주는 등 100억여원을 손실 처리키로 했다"고 밝혀,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규명과 농협 대출 과정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이날 뒤늦게 기소된 문씨의 235억여원의 배임 혐의 역시 서울지검이 지난해 9월 1차 무혐의 처리했다가 올해 초 서울고검의 재수사 명령에 따라 밝혀진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문성우 2차장은 "농협 대출 사건과 문씨의 사기 분양 사건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농협 대출 사건은 김씨 등이 꾸민 것으로 문씨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며, 썬앤문 측은 "사기 분양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라고 반박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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