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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신신애의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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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신신애의 "오락가락"

입력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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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일견 선천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부르디외는 취향은 경험과 생활 속에서 획득한 후천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개개인의 생활 환경에 따라 취향도 달라져 결국은 각 계급을 표시하는 기능을 지녔다. 따라서 계급의 위치가 변하면 취향도 변한다.그렇다면 '뽕짝 취향'을 지닌 이들은 이 사회에서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에 속한다. '이히∼'하는 추임새를 넣어 뽕짝 메들리 리듬에 맞춰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 들고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 씰룩' 하며 추는 고속버스춤은 '돈 없는 아줌마'들의 일상탈출을 대변하는 문화다.

신신애가 '세상은 요지경'을 그것도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TV의 가요쇼프로그램에 나와 불렀을 때 보는 이들은 모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의 주변부'라 할 아줌마를 상대로 사랑 놀음이나 담아 내던 뽕짝 멜로디에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라/ 잘 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라는 비판적 가사를 실어 세상을 꼬집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게다가 누구라도 출 수 있는 고속버스 춤까지 선보이면서 말이다.

신신애는 뽕짝과 고속버스춤이라는 하위 문화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올려 놓았다. 최근 발표한 4집에 실린 '오락가락'. 이 세상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을 부를 때만한 파급력은 이미 사라졌다. 신신애가 자본의 틀에 의해 꽉 짜여진 기존 가요계를 정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했던 하위계급의 취향은 엽기, 키치, 허접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메인스트림'의 취향으로 편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프로페셔널은 재미없다' '조악한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는 계급을 불문한 '핫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충격 받지 않는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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