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의 잇단 자살·분신사건으로 노동계가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는 가운데, 29일 법무·행자·노동부장관이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은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제도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법 제정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나, 담화에 대한 노동계 반응은 냉담하다.한국노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정책에 대한 분노' 를 표시했다. 민주노총도 담화문이 정부의 기존 방침을 재탕삼탕한 것에 불과하므로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손배·가압류 제도개선을 밝혔으나, 개선안은 노사정위에 상정된 후 시간을 허비하다가 노동자들의 잇단 비극을 맞았다. 양 노총과 정부가 모두 강조하듯이,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행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또한 노조가 이번 사태를 투쟁 계기로만 삼아서도 안 되며, 성실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일련의 비극은 우리 노사정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각한 반성과,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국제노동기구(ILO) 바카로 선임연구원이 마침 28일 서울의 한 회의에서 우리 노사관계 법률을 국제기준에 맞게 개혁할 것을 권고해서 주목된다. 그는 한국의 노총이 경쟁자를 의식해서 전투적이 되었으며, 지도력 부재로 노사대립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용자 단체에 대해서도 그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냄으로써 단체교섭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사가 절차에 대한 협약을 맺는다면 노사문제 해결에 극적인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노사정위의 위상제고를 충고했다. 노사관계 재정립이 절실한 지금 하나의 의미 있는 제안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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