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부동산 관련 세제 개선안'은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을 수 없도록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고 일부 투기세력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다 양도세 강화대책으로 오히려 매물난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세제
1가구 2주택 양도세 51%, 3주택 75%
세제의 경우 단기적으로 양도세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보유세 과표를 현실화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투기지역 1가구 2주택 이상자에 대해 양도세 탄력세율(15%)을 우선 적용해 현재 9∼36%인 양도세 기본세율을 24∼51%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억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3억원에 판다면 기존 양도세(3,600만원)보다 1,500만원이 많은 5,1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양도세율을 최고 60%로 인상키로 결정, 투기지역의 경우 탄력세율을 포함하면 세율이 75%까지 치솟는다. 양도세의 10%가 지방세로 가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3주택 이상자는 양도차익의 82.5%를 세금으로 내게 돼 투기의 실익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1가구 3주택자가 잠실주공2단지 13평형을 2억8,000만원에 사서 4억8,000만원에 팔 경우 양도차익 2억원의 82.5%인 1억6,5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존 양도세 7,300만원과 비교하면 세금이 1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농어촌·임대주택 등은 3주택 제외
양도세율 인상은 기존 주택의 경우 소득세법 개정 후 1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기 전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게 함으로써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3주택 판정은 집을 파는 날을 기준으로 동일 세대원이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하되, 장기 임대사업용 주택(5호 이상, 10년 이상 임대), 농어촌 주택, 종업원 기숙사용 주택 등은 예외가 인정된다. 미혼자가 단독세대로 인정받으려면 30세 이상이거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시가의 30% 수준에 불과한 종합토지세 과표를 50%로 현실화하는 시기를 당초 목표인 2006년에서 2005년으로 1년 앞당기고, 5만∼10만명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부동산종합세 도입 시기도 2005년으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실효세율은 현재 시가의 0.1%선에서 0.3% 이상으로 올라간다.
내년 중 실거래가 신고시스템 구축
정부는 실거래가 과세기반 구축을 위해 행정자치부의 주민·지적전산망, 건설교통부의 주택·토지전산망, 국세청의 양도세 전산망을 올 하반기 중 연결, 인별·세대별 주택보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또 내년 말까지 부동산 중개업소가 시·군·구에 검인계약서를 전자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 작업을 서두르기로 했다.
또 분양가 과다 책정 업체에 대해 정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금융실명거래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신설, 부동산 투기 혐의자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허용할 방침이다. 최근의 집값 폭등이 일부 투기세력의 가세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금융대책
금융부문에선 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을 억제함으로써 은행 빚을 등에 업은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강남 등지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데다 대출억제의 강도도 예상보다 미미해 '돈줄 차단'의 효과는 의문시된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투기지역 내 아파트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겠다는 것이 금융대책의 골자. 아울러 새로운 LTV 적용대상을 현행 3년에서 10년 이하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하고, 차주(借主)의 소득 등 개인신용평가 결과를 대출심사 때 적극 반영토록 함으로써 대출억제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가 줄어 강남 등에선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실수요 중심의 주택가격이 형성되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강남권에 대해서는 담보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책에서는 제외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생계비나 영업자금 등을 융통한 일반서민이나 영세사업자에게 피해를 줄 소지가 있기 때문에 LTV 조정을 최소화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추가대책으로 제시된 '만기 연장분에도 새 LTV 적용' 방안이 시행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경우 불과 1년여 전만해도 집값의 70∼80%선까지 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은행 빚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주택거래신고제
정부 대책 발표 직전에 전격 포함된 주택거래신고제는 이번 부동산 종합 대책 중 '가장 비중 있는 제도'로 평가되는 히든 카드다.
주택거래신고제는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 지구 내에서 주택을 구입한 취득자가 계약 체결 즉시 해당 시·군·구청에 주택 매매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다. 허위신고 사실이 밝혀질 경우 신고자에게 높은 과태료가 부과한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무엇보다 실거래가 파악이 가능해져 현재 만연된 이중거래, 가격 낮춰 신고하기 등 부동산 거래 관행에 큰 변화가 오고 미성년자의 주택 구입 등의 파악이 가능해져 가수요 억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시·군·구는 취득자가 신고한 내용을 정밀 실사해 취득세, 등록세 등의 과세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 또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도 거래 내역이 제출돼 양도소득세나 상속·증여세의 과세 기초 자료로도 이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연내 주택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초강도 정책인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한 위헌 논란이 있는 데다, 실제로 이를 도입하려면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대안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주택제도
주택 관련 대책은 집 값이 급등한 강남 지역에 대한 선별적인 투기 억제 보다는 전체적인 가수요를 잠재우는 성격이 강하다.
우선 주택 공급 및 거래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현재 수도권·대전시 전역과 부산·대구·충청권 일부만 지정한 투기과열지구를 내달부터 전국 6대 광역시와 도청 소재지 전부로 확대키로 했다. 내년부터 수도권에 한해서만 부과할 예정이었던 개발부담금제도 역시 12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 강북 뉴타운 추가 건설지역과 고속철도 중간역 등을 내달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한편, 11월말 해제될 예정이었던 개발제한구역이나 판교 등에 대한 허가구역 지정 기간도 2005년까지 2년 연장키로 했다.
최근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주상복합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현행 '300세대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에만 적용했던 분양권 전매 금지를 내년 상반기부터 '20세대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로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또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25.7평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무주택 세대주 우선공급 비율을 12월부터 현행 50%에서 75%로 높인다.
정부는 그러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분양권 전매 금지 전국 확대 토지거래 허가제 면적 기준 강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토지공개념성 대책들은 1차 대책의 효력이 없을 경우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송영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