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문, 박은선(41)씨의 작업을 열어볼 수 있는 두 개의 키워드는 이것일 것이다. 박씨가 '두 개의 문(Two Doors)'이라 이름한 개인전을 11월5∼23일 갤러리 아트파크에서 연다. 그는 평면회화는 물론 사진, 거울을 이용한 입체, 영상 프로젝션 작업 등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인간 존재와 공간의 문제를 탐색해온 작가다.고성(古城)의 문 같아 보이는 장소에 6명의 사람이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두 남자다. 배경은 작가가 목탄으로 그린 그림이고 남자들의 모습은 그가 파리의 한 지하철 역에서 찍은 걸인의 사진이다. 정면과 좌우, 각각 초점을 달리 해 그들의 앞모습과 옆모습을 담았다. 문 위 창에는 조명장치를 해 서 푸른 빛이 들어오다가 까맣게 사라지기도 한다.
화랑의 벽면을 이용한 9m의 대형 설치작품은 고대 신전의 아치형 기둥을 연상시키는 그림에 거울을 이용한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그 한 켠 문에 맨발로 붉은 옷을 입고 걸어가는 젊은 인도 여인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가 상영된다. 고대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사람들이 박씨의 작품을 통해 한 자리에서 만난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The life'란 작품은 한 여인이 거울로 된 수많은 의자를 연결한 끈을 끌고 가는 형상이다.
"빛은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그 뭔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뭔가는 빛으로 인해 그 존재가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늘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빛을 드러내고 또 감추기 위해 작가는 거울과 문을 작품에 등장시킨다. 거울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비춰보게 하는 장치이고, 문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소통을 희구하는 뜻이 담긴 소재다. 박씨는 동국대 미술학과, 이탈리아 로마국립아카데미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번이 국내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02)733―8500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