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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MBC 드라마 "대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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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MBC 드라마 "대장금"

입력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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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가 연출하는 사극의 주인공은 모두 요즘 세상 기준으로 보면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을 '똑똑하게' 살지 못한다. 권력을 탐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직업적 양심을 지키며, 인생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MBC '대장금'의 장금(이영애)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아예 도사로부터 수많은 사람을 살릴 여자라는 예언을 받고 태어났고, 커서는 사람 하나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사지가 마비되면서까지 음식의 부작용을 실험하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바른 사람이다. 그래서 '대장금'은 이병훈 PD의 전작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대장금'은 이병훈 PD가 좀더 넒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준'과 '상도'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 개인의 힘에 대해 역설했다면, '대장금'은 그 사람을 키워내고 활동하게 만드는 교육과 사회의 개혁에 주목한다. 장금과 금영(홍리나)은 비슷한 재능을 가졌지만, 기존 체제에서는 장금이 금영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금영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가문 덕에 여러 특혜를 받는 것은 물론, 그녀의 가문은 그녀를 위해 온갖 정치적 로비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은 요식행위나 다름없을 정도로 비리가 판치는 곳에서, 말 그대로 '돈 없고 빽 없는' 장금은 금영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대장금'은 이 불합리한 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선 출세가 아닌 '일'의 즐거움을 위한 교육에서 시작된다. 금영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파르타식으로 가문의 비법을 받으며 인성을 잃어가는 사이, 장금은 수많은 식재료의 맛과 효능을 일일이 배우면서 기본의 중요함과 음식을 만드는 일 자체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그런 교육을 받아 제대로 자란 사람이 세상에서 활약하는 것은 서로 실력만으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때 가능하다.

장금의 스승이자 수랏간 '비주류'인 한 상궁(양미경)과 정 상궁(여운계)은 악행이 굳어져 관습처럼 돼버린 시대에도 세상을 조금 더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애쓴다. 정 상궁은 자신의 운명을 걸고 로비로 낙점 받던 최고 상궁을 실력으로 뽑을 수 있게 만들고, 한 상궁은 최 상궁(견미리) 일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대결할 결심을 한다.

'허준'과 '상도'가 주는 교훈이 도덕적 원칙에 관한 것이었다면, '대장금'이 말하는 것은 사회를 좀더 바르게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작품 속에서 최고 상궁 도전에 주저하는 한 상궁에게 정 상궁이 "두려워하지도 말고 안될 거라고 하지도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 작품의 자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대장금'은 이병훈 PD의 전작들보다 더욱 지금의 한국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장금'은 진짜 '새로운' 사극으로 불릴 만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이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동안, '대장금'은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정도(正道)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새롭고 '좋은' 사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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